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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식히는 1ℓ 2000달러 가스…달 채굴 추진

양자컴퓨터 냉각·핵융합 연구 수요 확대 전망 美업체, 2027년 달 착륙선 장비 탑재 추진

2026년 06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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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5’에서 관람객들이 IBM ‘퀀텀 시스템 원(Quantum System One)’ 양자컴퓨터 모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5.06.24. bluesoda@newsis.com

양자컴퓨터와 핵융합 연구에 쓰이는 희귀가스 헬륨-3 수요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지구를 넘어 달 표면에서 이를 캐내는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

영국 BBC는 15일(현지시간) 헬륨-3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달 표면 채굴 계획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헬륨-3는 헬륨의 동위원소다. 어린이 파티용 풍선에 들어가는 비교적 값싼 헬륨-4보다 원자핵 안의 중성자가 하나 적다. 가격은 수급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BBC는 1ℓ 가격이 약 2000달러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재 주요 공급원은 핵무기 관리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핵무기 안에 들어가는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삼중수소가 시간이 지나며 붕괴하는 과정에서 헬륨-3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급은 제한적이고 관리도 엄격하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데이비드 매컬럼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매년 수만ℓ의 헬륨-3가 삼중수소 붕괴 과정에서 확보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앞으로 양자컴퓨터와 핵융합 분야 수요가 늘어나면 현재 공급량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헬륨-3가 주목받는 대표적 분야는 양자컴퓨터 냉각이다. 과학자들은 헬륨-3와 헬륨-4를 매우 낮은 온도에서 섞어 절대영도에 가까운 밀리켈빈 수준까지 온도를 낮춘다. 이른바 희석냉동 기술로, 외부 열과 진동에 민감한 양자컴퓨터를 작동시키는 데 핵심적인 냉각 방식이다.

헬륨-3는 양자컴퓨터 외에도 기초물리 실험과 핵융합 연구에서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랭커스터대 연구진은 암흑물질 후보 입자가 헬륨-3 원자와 충돌하면 생길 수 있는 아주 작은 온도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일부 핵융합 방식에서는 헬륨-3를 연료로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해리스 슈미트가 1972년 12월 13일 활영된 영상에서 달 표면 ‘트레이시 록’으로 명명된 둔덕옆에서 활동하고 있다.(출처: 위키피디아) 2025.09.22

문제는 수요가 늘어날수록 현재 공급 구조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헬륨-3가 핵무기 부산물에 의존하는 한, 새 공급원을 찾으려는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구 지각에도 헬륨-3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농도가 매우 낮다. 반면 아폴로 임무 때 가져온 달 표토, 즉 달 표면을 덮은 먼지와 부서진 암석층인 레골리스 시료는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의 헬륨-3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애틀에 본사를 둔 인터룬은 달 표면에서 헬륨-3를 회수하려는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자율 채굴 장비를 달에 보내 레골리스를 퍼내고, 이를 잘게 부수고 처리해 그 안에 들어 있는 헬륨-3를 분리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인터룬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롭 마이어슨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사장을 지냈다. 공동 창업자 중에는 아폴로 17호 임무로 달 표면을 걸었던 해리슨 잭 슈미트도 포함돼 있다.

인터룬은 무중력 상태를 모사하는 포물선 비행에서 장비 일부를 저중력 환경에서 시험했다. 마이어슨은 이 회사의 장비가 이르면 2027년 가을 달 착륙선에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헬륨-3 수요는 이미 구매 계약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헬싱키에 있는 한 양자컴퓨터 업체는 2028년부터 2037년까지 매년 헬륨-3 1만ℓ를 공급받는 조건으로 인터룬과 3억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다만 달 채굴이 실제 사업으로 성립할지는 불확실하다. 존스홉킨스 응용물리연구소의 폴 버크는 아폴로 시료가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헬륨-3 일부가 빠져나갔을 수 있어 달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헬륨-3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달 표토 속 헬륨-3 농도도 매우 낮을 가능성이 있다. 헬륨-3 1㎏을 얻으려면 수십만t의 달 표토를 파내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버크는 이를 두고 “산을 옮기는 일”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달 채굴 외에 지상에서 새 공급원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포르투갈에 본사를 둔 펄서 헬륨은 미국 미네소타주 지층에 헬륨-3가 얼마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과학 자문인 피터 배리 우즈홀해양연구소 지구화학자는 이 지역 농도가 약 12ppb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시추 방식으로도 헬륨-3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네소타는 달보다 훨씬 가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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