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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는 ‘문화국가’란 말 한 적 없어”

사랑, 자비, 인의가 담긴 문화 양성 강조 표현 자유, 사상 다원성 보장되는 나라 꿈꿔

2026년 0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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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종찬 광복회장 등 참석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나의 소원 제막식’에서 백범일지 ‘나의 소원’ 글을 읽고 있다. 2026.03.10. kkssmm99@newsis.com

“백범 김구는 ‘높은 문화의 힘’이나 ‘아름다운 나라’라는 표현은 써도 ‘문화국가’라고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백범 탄신 150주년 특별강연 ‘백범 김구가 꿈꾼 나라’에서 “백범의 사상에 대해 우리가 잘 몰라서 오해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김구가 말한 문화국가는 국민이 훌륭한 덕성을 가진 도덕국가”라며 “문화산업을 육성해서 문화강국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를 토대로 인의, 자비, 사랑의 가치를 실천해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도덕적인 국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김구는 문화 자체보다 문화를 토대로 국민 덕성을 기르는 일을 강조했다.

오늘날 ‘문화국가론’이라 부르는 김구의 생각은 ‘백범일지’ 뒤에 수록된 글 ‘나의 소원’에서 찾을 수 있는데, 사랑, 자비, 인의가 담긴 문화의 중요성과 인류 보편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박 교수는 이광수 윤문을 거쳐 나온 글이기에 이광수가 썼다거나, 일본을 거친 독일의 사상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독일과 일본은 자기 문화가 가장 우월하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린 거지만, 김구의 글 속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어요. 다만 그동안 우리가 가져온 문화 속에 사랑과 자비, 인의가 담겨 있으니 이런 요소를 되살리자는 이야기죠.”

박 교수는 “김구의 ‘나의 소원’은 김구의 오랜 생각을 정리한 것”이라며 1940년 김구가 발표한 ‘한국 독립과 동아의 평화’에 담긴 ‘왕도문화론’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산주의를 비판하고 이기주의를 배격하며 대동세계와 세계 평화에 대한 강조가 담긴 내용으로 1940년 3월 1일 한국국민당 중문판 기관지 ‘한민’ 창간호에 실린 글이다.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김구 탄생 150주년과 유네스코 기념해를 맞아 열린 ‘김구의 꿈, 세계가 읽다’ 개막식에서 백범일지 친필 원본이 공개돼 있다. 2026.06.15. hwang@newsis.com

김구는 삼균주의 신민주국가, 자유로운 민주국가, 문화국가로서 자주독립국가와 통일된 민족국가의 건설을 꿈꿨다. 신탁통치를 반대하고 좌우합작운동을 지지한 이유다.

그 방안으로 제시한 문화는 유교의 인의,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사랑을 배양할 수 있는 인간 정신적 활동과 관련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 지점에서 최근 한류 등은 김구가 꿈꾼 ‘문화국가’라기보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또 김구는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다원성이 보장되는 ‘자유의 나라’에서만 크고 높은 문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조선시대 주자학처럼 특정 철학이나 이념이 국가 권력과 결합해 다양성을 억압하는 건 옳지 않다는 취지다.

김구는 ‘민주주의’로 불리는 정치 제도에 대해서는 “하나의 절차나 방식이지 내용은 아니다”라며 언론의 자유, 투표의 자유, 다수결에 복종과 함께 국민주권론을 중요하게 봤다. 그가 지향하는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는 우주·인생·정치에 관한 철학이 포함된 교육에서 시작된다고도 했다.

김구가 쓴 양심을 지키고 본성을 기르라는 뜻의 휘호 ‘존심양성’은 그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권력욕보다는 옳다고 믿는 뜻을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한 사람”, “현실과 타협보다 정의와 도덕을 실천하는 ‘지사형 인간'”으로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박 교수는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은 매일 싸움만 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도 많이 읽고 토론과 글 쓰기 등 여러 고민을 많이 하신 분들”이라며 “그분들이 이상적 이념으로 생각한 삼균주의에서 오늘날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헌법 개정을 많이 하면서도 ‘균등’ 부분은 차마 손을 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헌법에 남은 문구일 뿐이지 전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날 우리 사회 양극화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걸 막고자 하는 게 균등 이념”이라고 했다.

한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백범 김구가 실제로 했던 독립운동만큼, 그가 정말로 이루고자 했던 마지막 목표가 어떤 것인지 대해 아는 일도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며 “또 다른 강연이나 학술행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News LA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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