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병이 플라스틱(페트)병보다 더 위생적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유리병에서 플라스틱병에 담긴 음료보다 5~50배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20일(현지시각)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에 따르면 유리병에 담긴 음료에서 플라스틱병, 종이 팩, 캔 등에 담긴 음료보다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ANSES 연구진은 이를 병뚜껑에 사용된 페인트 때문인 걸로 추측했다.
ANSES는 유리병과 플라스틱병에 담긴 탄산음료, 레모네이드, 아이스티, 맥주에서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의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유리병에 담긴 음료에선 1ℓ당 100개가량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이는 플라스틱병이나 금속 캔에 들어있는 음료에서 발견된 것보다 5~50배 더 많은 수준이다.
ANSES 식품안전연구소에서 이 연구를 주도한 박사 과정 이젤린 샤입은 “정반대의 결과를 예상했다”라며 놀라운 결과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유리병을 막는 뚜껑, 특히 뚜껑에 사용한 페인트에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측했다.
샤입은 “뚜껑이 있는 유리병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 유입 경로를 확인하고, 미세 플라스틱 저감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세척 작업을 거친 후 결과를 다시 측정했다”라며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은 정수를 채운 깨끗한 병 세 개를 각각 아무런 세척 과정을 거치지 않은 뚜껑, 에어건 등 압축 공기를 분사한 뚜껑, 공기를 분사한 뒤 알코올과 정수로 세척한 뚜껑으로 덮었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아무런 세척 과정을 거치지 않은 뚜껑을 덮은 병의 물에서는 1ℓ당 평균 287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반면, 압축 공기를 분사한 뚜껑의 병에서는 106개, 공기 분사와 알코올 및 정수 세척 등을 모두 마친 병에서는 87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금속 뚜껑에 사용한 페인트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음료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대부분 뚜껑에 사용한 페인트와 같은 색을 보였고, 성분도 동일했다”라며 “또 뚜껑을 덮은 페인트에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흠집이 있었는데, 여기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방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는 병을 밀봉하기 전에 뚜껑을 깨끗이 씻을 필요가 있다”라며 “제조업체의 뚜껑 보관법, 뚜껑에 사용하는 페인트에 관한 규정을 바꾸는 등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