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메디케이드(Medicaid) 부정수급 단속을 전면 확대하면서, 전국 50개 주를 대상으로 의료 제공자 재검증을 의무화하는 강경 조치에 나섰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지급 중단과 퇴출 조치가 이어지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과 과잉 단속 논란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연방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의 수장인 메흐메트 오즈 국장은 22일 헬스케어 행사에서 “모든 주는 30일 이내에 메디케이드 참여 의료기관을 재검증하는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는 특정 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라며 “민주당·공화당 주를 가리지 않고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메디케이드 내 광범위한 사기 근절’ 정책의 일환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단속이 민주당 주에 집중돼 왔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연방 데이터상으로는 특정 정치 성향 지역에서 사기가 더 많다는 근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JD 밴스 부통령이 해당 단속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히며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등 민주당 주에서 납세자 돈이 무분별하게 낭비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오즈 국장은 “이제는 모든 주를 대상으로 확대하겠다”며 정책 기조를 전국 단위로 전환했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강도 높은 조치가 진행 중이다. 오즈 국장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약 450개 호스피스 및 방문의료 기관에 대한 지급을 중단했다”고 밝혔으며, 미네소타주에 대해서도 2억5,950만 달러 규모의 메디케이드 연방 지원금을 보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주가 청구 비용에 대한 근거를 입증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두고 전문가들은 실효성과 부작용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앤디 슈나이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연방 자금 지급을 중단하는 방식이 실제 사기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의문”이라며 “시간이 지나야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피해 우려가 제기된다. 시애틀 소재 변호사 라이스 카셈은 “캘리포니아 단속 과정에서 많은 의료기관들이 충분한 소명 기회 없이 지급이 중단되거나 프로그램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는 정당한 조치일 수 있지만, 사기 입증 없이 기관을 먼저 퇴출시키는 것은 명백한 재량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호스피스나 방문의료 기관의 경우 메디케이드 지급이 끊기면 즉각적인 운영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카셈 변호사는 “지급이 중단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결국 환자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며 “단속의 속도보다 절차적 정당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부정수급 단속을 넘어 연방정부가 주 단위 의료 시스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강도 높은 단속이 실제 사기 근절로 이어질지, 아니면 의료 서비스 공백이라는 부작용을 낳을지는 향후 정책 집행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