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시가 올겨울 기록적인 강수량이 예상되는 강력한 엘니뇨에 대비해 본격적인 재난 대응에 나섰다.
카렌 배스 LA시장은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기상청(NWS) 관계자와 시 각 부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올겨울 기상 악화에 대비한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당국은 현재 남가주를 덮친 폭염과 함께 앞으로 예상되는 겨울철 폭우와 그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배스 시장은 “올겨울은 비가 많이 내리는 겨울이 될 것”이라며 홍수와 높은 파도로 인한 해안 침식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LA시는 이미 3만 곳이 넘는 빗물받이와 배수시설을 정비했으며, 산비탈과 산불 피해 지역을 점검하고 보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폭우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건설 현장 약 250곳과 협의하고 있다.
국립기상청 수석 기상학자 아리엘 코헨 박사는 엘니뇨 자체가 폭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한 계절 전체의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코헨 박사는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돌발홍수, 산불 피해 지역의 토석류, 강풍을 동반한 심한 뇌우와 토네이도, 해안 홍수, 해변 침식, 강한 이안류 등 위험한 기상 및 해안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다만 엘니뇨가 특정 기상 현상을 반드시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위험 발생 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폭풍 전·중·후 대비 당부
LA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폭풍에 대비해 긴급재난 알림(NotifyLA.org)에 가입하고 가족 비상계획을 세울 것을 당부했다. 의약품과 손전등, 중요 서류, 반려동물 용품 등 필수 물품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 자신의 거주지가 홍수 위험지역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홍수보험 가입을 서두를 것을 권고했다. 홍수보험은 일반적으로 가입 후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30일이 걸린다.
산불 피해 지역이나 홍수 취약지역 주민들은 소방서에서 무료 모래와 모래주머니를 받을 수 있으며, 빗물받이와 배수구를 청소하고 야외 가구를 고정하는 한편 휴대전화도 미리 충전해 두는 것이 권고됐다.
폭풍이 닥쳤을 때는 대피 또는 실내대피 등 당국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가능하면 운전을 피하고 침수된 도로를 걸어서 이동해서도 안 된다. 쓰러진 전선은 모두 전기가 흐르는 것으로 간주하고 가까이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홍수와 산사태, 쓰러진 나무, 도로의 포트홀 등을 311 또는 MyLA311 앱을 통해 신고하고, 산비탈이나 옹벽에 균열이나 움직임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재산 피해는 보험 청구를 위해 사진으로 남기고, 수리를 시작하기 전 관련 시 부서에 문의해야 한다.

엘니뇨, 폭염에도 영향
엘니뇨의 영향은 겨울철 강수량에만 그치지 않는다. 당국은 현재 남가주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 역시 엘니뇨가 전 세계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카고대 기후영향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엘니뇨로 인한 전반적인 기온 상승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열 관련 사망자가 최대 45만1,000명 더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캘리포니아주도 강력한 엘니뇨 전망에 대비해 지난달 주 전체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주정부 기관들은 취약지역 보호와 도로 및 주요 기반시설 점검, 비상물자 배치, 홍수·산사태·해안침식 위험 완화 등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가 약 6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997년 강력한 엘니뇨 당시와 비슷한 겨울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매우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은 겨울이 나타났다.
엘니뇨는 태평양의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남미 인근의 따뜻한 바닷물이 미국 서부 해안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태평양의 제트기류 위치가 변하면서 미국 각 지역의 기온과 강수 패턴에도 영향을 준다.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뜻한 바닷물로 인해 영양분이 풍부한 차가운 심층수가 수면으로 올라오는 용승 현상이 약해지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어류 등 해양 생물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라니냐가 발생하면 무역풍이 평소보다 강해져 따뜻한 물이 아시아 쪽으로 이동하고 미국 서부 해안의 용승 현상이 강화된다. 이에 따라 미국 남부에서는 가뭄 가능성이 높아지고 태평양 북서부와 캐나다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NOAA에 따르면 엘니뇨와 라니냐는 일반적으로 9~12개월간 지속되지만 더 오래 이어질 수도 있으며, 보통 2~7년 간격으로 발생하지만 일정한 주기를 따르지는 않는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