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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승환의 MLB] 시리 실책이 부른 나비효과… 베넷 벽에 막힌 에인절스, 보스턴에 시리즈 첫판 내줘

2026년 07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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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한국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엊그제, 그리고 오늘부터 이어지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현재 꼴찌를 달리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꼴찌 에인절스의 홈 3연전을 보러 빅에이 스타디움을 다시 찾아왔다.

한국은 선친의 5주기가 있어 나갔지만, 나간 김에 한국 야구도 보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조계현 기술위원장과 현재 스포티비에서 한국야구 해설을 하고 있는 민훈기 기자를 만나 현재 한국 야구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일본 야구까지 보려고 도쿄 진구구장, 나고야 반테린돔 경기 티켓까지 샀지만 태풍이 올라오는 바람에 모두 환불해야 했다. 시차의 영향으로 아직도 잠이 온몸을 지배하려 한다.

경기 전 내야 수비연습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대만 출신 청쭝저(鄭宗哲). 석승환

오랜만에 구장에 오니 출입게이트의 스콧이 “언제나 환영입니다” 하며 환하게 웃는다. 프레스박스에선 역시 코지 선생이 그동안의 사진과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반갑게 맞아준다. 클럽하우스에선 도쿄 서점에 전시되어 있던 기쿠치 선수의 책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자 반갑게 웃으며 “도쿄에 갔었냐? 언제 돌아왔냐”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스즈키 감독의 경기 전 인터뷰에선 기쿠치의 재활이 거의 다 끝나간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 흥미로운 보스턴 로스터 — 대만 선수의 등장

이날 선발 라인업과 26인 로스터를 보다 보니 흥미로운 보스턴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마무리 채프먼 아롤디스.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그의 팔뚝은 웬만한 사람의 허벅지처럼 벌키하고 탄탄해 보였다.

그리고 등번호 7번 일본 출신 요시다 마사타카, 39번 대만 출신 청쭝저(鄭宗哲)가 눈에 들어왔다.

요시다는 후쿠이현 출신으로 아오야마가쿠인대를 거쳐 2015년 드래프트 1순위로 오릭스 버팔로즈에 입단, 2020~2021년 퍼시픽리그 수위타자 2연패를 포함해 5년 연속 베스트나인을 수상하며 팀의 리그 2연패(2021~2022)와 2022년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22년 말 포스팅을 통해 보스턴과 5년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청쭝저는 2001년 대만 핑둥현 출신 내야수로, 2019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피츠버그와 계약했다가 지난 오프시즌 여러 차례 웨이버를 거쳐 올해 2월 보스턴에 합류했다. 올 시즌 초 대만 대표팀으로 WBC에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쳤고, 트리플A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뒤 6월 26일 메이저리그에 승격, 데뷔전에서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했다.

보스톤의 지명대타로 로스터에 올라있는 일본출신 요시다 마사타카. 석승환

일본 선수들이야 두말이 필요 없지만, 최근 대만 출신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로스터 입성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조계현 기술위원장의 한 마디가 떠올랐다.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선수의 메이저 입성 이후, 다른 동료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우리도 일본과 대만의 야구를 부러워하지만 말고, 이런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 스즈키 감독 “구위 좋은 투수들, 마운드에 다시 오를 준비 중”

부상자 명단에도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기쿠치는 현재 캐치볼을 진행 중이며 곧 마운드 복귀가 가까워질 전망이다. 그레이슨 로드리게스는 다음 날 불펜 투구가 예정돼 있으며 점진적으로 투구 수를 늘려가는 단계, 이전 통증에서 회복해 월요일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트래비스 다노 역시 타격 등 야구 활동을 이어가며 몇 주 내 실전 복귀 가능성이 거론됐다.

벤 조이스에 대한 언급도 흥미로웠다. 스즈키 감독은 “항상 100마일 근처로만 던진다. 90~95마일 정도로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건네면서도, “하지만 그는 한 가지 속도만 아는 선수다. 마이크 트라웃에게 1루까지 전력 질주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건 본능”이라며 억지로 자제시키면 오히려 부상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자연스러운 강도로 던지게 두고 있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라며 건강을 되찾은 조이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 전 덕아웃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에인절스 스즈키 감독. 석승환

■ 시리의 수비 실책, 승부의 분수령

경기의 승패는 2회 초 갈렸다. 보스턴 2루수 로미 곤잘레스의 타구를 무리하게 잡으려 대시하던 호세 시리가 공을 뒤로 빠뜨리며 타구가 센터 담장까지 굴러갔고, 이 실책성 플레이가 3루타로 기록되며 보스턴 공격에 불을 지폈다. 이후 후속타가 터지며 보스턴이 승기를 잡았다.

에인절스 타선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보스턴 선발 제이크 베넷의 단순한 포심-체인지업 조합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며 답답한 침묵이 이어졌다. 8회 시리의 홈런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보스턴이 마무리 채프먼을 올리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 스즈키 감독 “오하피, 뇌진탕 프로토콜 진행 중”

경기 후 스즈키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포수 오하피의 부상 소식 때문이었다. 감독은 “뇌진탕 관련 검사 프로토콜을 밟고 있다. 최근 며칠 새 파울팁 등으로 강한 충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시애틀 원정 때도 한 번 있었고, 이번이 최근 3~4일 사이 세 번째”라며 “장비 교체 등 대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장 기간에 대해서는 “의사 진단 결과를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오하피가 최근 공수 양면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시점이라 더 아쉽다”고 덧붙였다.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상대 선발 베넷의 디셉션을 높이 평가했다. “키가 크고 사이드에서 오는 듯한 릴리스로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며 타자들을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8회 2점을 만회하며 리그 최고 클로저 중 하나인 채프먼을 상대로 원아웃 동점 주자를 타석에 세운 것에 대해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초반에 점수를 내 투수들에게 여유를 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도 남겼다.

경기 전, 같은 쿠바 출신인 에인절스의 호르헤 솔레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채프먼 보스톤 마무리 투수. 석승환

■ 데트머 “운이 따르지 않았다”

선발 등판한 리드 데트머는 담담했다. “좋은 타구들이 안타로 이어지지 못했다. 공을 던지고 난 후의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회 스퀴즈 번트 상황에 대해서는 “홈으로 송구할 타이밍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약간의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커맨드와 관련해서는 “상대 타자들이 좋은 공을 잘 골라내며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면서도 “전반적인 투구 실행 자체는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에인절스는 내일 보스턴과 시리즈 2차전을 치른다.

<석승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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