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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한국인의 아버지 떠났다” … 최불암 별세, 67년 연기 인생 위대한 유산

수사반장 박 반장에서 전원일기 김 회장까지…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국민배우

2026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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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박영한 반장 역으로 출연한 고 최불암의 생전 모습. 특유의 묵직한 연기와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국민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사진=MBC 제공]
한국인의 아버지이자 시대의 어른으로 사랑받아 온 배우 최불암이 29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67년 연기 인생 동안 정의로운 수사관과 농촌의 가장,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국민과 함께했던 그의 죽음은 한국 대중문화의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알리고 있다.

30일 서울신문과 부산일보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최불암은 29일 밤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 거동이 불편해져 재활 치료를 받아왔으나 최근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불암은 단순히 오랫동안 활동한 배우가 아니었다. 한국 사회가 산업화와 도시화, 가족 구조의 변화를 겪는 동안 그는 안방극장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킨 아버지이자 이웃이었다. 권위보다는 책임감, 엄격함보다는 인간적인 온기를 보여준 그의 연기는 한국인이 기억하는 가장 친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남았다.

그를 국민배우로 만든 대표작은 MBC 드라마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다.

1971년 시작해 1989년까지 방송된 ‘수사반장’에서 최불암은 박영한 반장으로 출연했다. 범죄자를 추적하는 냉철한 수사관이면서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사정을 헤아리는 인간적인 경찰이었다. 그의 묵직한 목소리와 고뇌 어린 표정은 당시 한국 사회가 기대했던 정의로운 공직자의 상징이 됐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송된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우 김혜자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그는 농촌 공동체의 갈등을 중재하고 가족의 어려움을 묵묵히 감당하는 가장이었다.

특유의 구수한 웃음과 느릿한 말투, 말없이 가족을 바라보는 표정은 연기를 넘어 한국 아버지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가족이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집안의 어른과 같은 존재였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 … 수사반장·전원일기 남기고 떠났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 … 수사반장·전원일기 남기고 떠났다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최불암의 본명은 최영한이다. 호적상 출생연도는 1940년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운영하던 서울 명동의 은성주점에서 성장했다. 당시 주점에는 시인 김수영과 박인환 등 문인과 예술가들이 드나들었고, 이러한 환경은 그의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는 밑바탕이 됐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1967년 방송에 진출했다. 이후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최후의 증인’, ‘바람불어 좋은 날’,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에도 출연하며 한국 영화와 방송의 발전을 함께했다.

1990년대에는 그의 이름을 딴 ‘최불암 시리즈’ 유머가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근엄한 국민배우의 이미지가 젊은 세대의 유머 소재가 됐지만, 그는 이를 불편하게 여기기보다 대중과 가까워지는 계기로 받아들였다. 세대를 넘어 친근한 배우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연기 인생 후반부에는 KBS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2011년부터 약 14년 동안 전국의 마을과 시장, 어촌을 찾아 평범한 사람들의 음식과 삶을 소개했다.

그가 전한 것은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 끼 식사에 담긴 가족의 역사와 지역의 문화, 고단한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사연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드라마 속 아버지는 실제 한국 사회의 어른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방송 밖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실천했다. 오랜 기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고 아동 후원과 복지 활동에 참여했다. 고인의 장례 역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지며,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최불암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방송계와 시민들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는 30일 SNS를 통해 고인을 추모하며 국민에게 따뜻한 아버지가 되어준 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전원일기’의 김 회장과 ‘한국인의 밥상’에서 들려주던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최불암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수많은 작품이나 수상 경력만은 아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연민과 공동체의 책임을 잃지 않는 어른의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줬다는 점이다.

‘수사반장’의 박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 ‘한국인의 밥상’의 이야기꾼으로 이어진 67년의 여정은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이 됐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했던 아버지가 이제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배우인 아내 김민자와 자녀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K-News LA 편집부>knewsl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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