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 시장 최대 고객으로 부상…애플, 올해 250억 달러 지출하고도 확보 물량 제자리
세계 최대 메모리 구매업체라는 지위를 앞세워 반도체 공급업체들을 압박해온 애플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오히려 공급업체에 끌려다니는 처지가 됐다. 메모리 가격이 1년 새 약 5배로 뛰면서 애플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아이폰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애플이 수십 년간 유지해온 메모리 공급업체와의 협상 우위가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무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그동안 전 세계 플래시 메모리 공급량의 20% 이상을 구매하는 막강한 고객이었다. 공급업체에 최저 가격을 요구하고 회계장부까지 감사하며 다른 고객에게 더 싸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과거 마이크론이 다른 업체에 더 낮은 가격으로 메모리를 판매한 사실을 적발해 수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낸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AI 기업들이 메모리 시장의 최대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지난 1년간 약 5배로 상승했다. 2023년 기가바이트(GB)당 5센트 수준이던 가격은 현재 약 30센트에 이른다.
2년 전만 해도 애플의 메모리 구매량은 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업체들의 두 배였지만, 지금은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애플보다 두 배 많은 물량을 구매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플래시 메모리 구매에 약 250억 달러를 지출할 전망이다. 지난해 지출액 60억 달러의 4배가 넘지만 확보하는 물량은 비슷한 수준이다.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아이폰17 프로의 저장용량을 512GB로 늘리는 데 애플이 부담한 추가 비용은 약 15달러였지만, 현재는 66달러로 상승했다. 소비자에게는 200달러를 추가로 받던 부분이다.
애플은 최근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으며 아이폰 가격도 평균 13% 올랐다.
애플의 메모리 공급업체인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최소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IT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28일 AI 수요가 생산능력 확충 속도를 앞지르면서 애플 역시 가격 인상을 반영하는 공급계약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메모리 업체를 압박하던 애플이 이제는 물량 확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도체 시장의 협상력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메모리 공급업체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