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법원이 29일(현지시각) 수도 워싱턴의 국립공연장인 케네디 센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결하고 미 정부가 케네디 센터의 대대적 보수 공사를 내세워 이 시설을 폐쇄하는 것도 막았다.
트럼프가 수도 워싱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에 법적 제동이 걸린 것이다.
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는 보수 공사를 철회하고 케네디 센터의 운영권을 의회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쿠퍼 워싱턴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케네디 센터 이사회가 지난달 16일 시설 폐쇄를 결의한 것이 법적 의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보 부족 상태에서 이미 결론이 정해진” 결정이었다고 판결했다.
미 정부는 공사가 7월에 시작해 2년 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법원 판결로 계획이 일단 중단됐다.
판사는 “이사들은 여러 신중한 방식으로 폐쇄의 적절성을 검토할 수 있었다. 이번 결정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고 썼다.
판사는 또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센터에 트럼프의 이름을 추가함으로써 “법정 권한을 넘어섰다”고 결론지었다.
의회가 케네디 센터라는 이름을 부여했으며, 그 이름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의회뿐이라고 그는 밝혔다.
판사는 이어 피고 측에 2주 안에 건물 외벽과 디지털·물리적 간판 등 “공식 자료”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제거하도록 명령했다.
판사는 “의회의 승인 없이 존 F. 케네디 공연 예술 센터의 명칭을 변경할 수 있는가? 법령의 문면상 답은 명백히 ‘아니오’다. 또한 건물 정면 현관에 다른 어떤 개인의 이름을 기리는 것도 불가하다”고 썼다.
트럼프는 판결이 나온 지 몇 시간 후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이 판사가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 소셜 플랫폼에 “내가 이 기관을 물리적으로, 재정적으로, 예술적으로 되살리는 일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희망도 없는 ‘네버 네버 랜드(NEVER NEVER LAND)’로의 여정을 계속할 생각이 없다”고 썼다.
트럼프는 행정부에 케네디 센터를 의회로 이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흔적 남기기 행보
트럼프는 워싱턴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장소들에 자신의 개인적인 흔적을 남기는 것을 두 번째 임기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아왔다.
그는 무도회장을 짓기 위해 백악관 동관을 철거했다. 미국 평화 연구소와 법무부 청사를 포함한 정부 건물들에 그의 이름이나 이미지가 추가됐다. 그는 포토맥강이 내려다보이는 개선문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반대파들은 트럼프의 다른 건설 사업들에 대해서도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유리한 판결을 얻어냈다. 그러나 행정부가 항소를 추진함에 따라 지방법원 판사들이 최종 결정권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케네디 센터 운영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직접 고른 이사회를 구성했고, 이사회는 그를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케네디를 기리는 살아있는 기념물로 여겨지는 이 건물 외벽에는 그의 이름이 추가됐다. 이후 예술가들이 케네디 센터 공연 일정을 줄줄이 취소해왔다. 이에 따라 케네디 센터는 이전 연도에 비해 공연 횟수가 크게 줄었다.
케네디 센터 로마 다라비 홍보 부사장은 29일 이 기관이 “항소심에서 법원이 트럼프의 우리나라 문화 중심지에 대한 역사적 기여를 인정하려는 이사회의 의지를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