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2030년 인구조사에서 영주권자를 제외한 상당수 비시민권자를 연방 하원의석 배분 인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캘리포니아의 연방 정치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체류자는 물론 유학생과 취업비자 소지자, 난민·망명자 등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상당수 주민이 의석 배분 인구에서 빠질 경우 미국에서 이민자 인구가 가장 많은 주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로이터와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센서스국을 통해 미국 시민권자와 합법적 영주권자를 중심으로 연방 하원의석 배분 인구를 산정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센서스는 시민권이나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미국에 통상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을 인구에 포함한다.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유학생, 취업비자 소지자, 난민과 망명자 등도 실제 거주지를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새 규정이 시행되면 이 원칙이 크게 달라진다.
영주권을 갖지 않은 상당수 외국인이 의석 배분 인구에서 제외되면서 이민자 비율이 높은 주일수록 공식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전국 최대 규모의 이민자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정치적 충격이 다른 주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연방 하원의석 435석은 10년마다 실시되는 센서스 인구를 기준으로 각 주에 배분된다.
캘리포니아의 공식 인구가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 경우 다음 의석 재배분 과정에서 연방 하원의석을 추가로 잃을 가능성이 있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2020년 센서스 결과 처음으로 연방 하원의석 1석을 잃어 현재 52석을 보유하고 있다. 비시민권자까지 대거 배제될 경우 추가 의석 감소 위험이 한층 커질 수 있다.
이는 연방 하원의석 숫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인단 수는 각 주의 연방 상원의원 2명과 하원의원 수를 합산해 결정되기 때문에 하원의석이 줄어들면 캘리포니아의 대통령 선거인단도 함께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캘리포니아가 대통령 선거에서 행사하는 영향력까지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캘리포니아는 전국 최대인 54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다.
센서스 개편으로 하원의석이 줄어들면 선거인단 숫자도 동시에 줄어들게 돼 민주당의 핵심 기반인 캘리포니아의 전국 정치적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인구통계 기준 변경을 넘어 향후 미국의 정치 지형을 재편할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등 이민자 비중이 높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텍사스와 플로리다처럼 공화당 우세 지역에도 상당한 비시민권자가 거주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반드시 민주당에만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처럼 대도시와 이민자 밀집지역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주에서는 정치적 대표성 감소 폭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0년 실시한 분석에서도 불법체류자만 의석 배분에서 제외할 경우 캘리포니아가 당초 예상보다 하원의석 1석을 덜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방안은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영주권자가 아닌 합법 체류자까지 제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보다 영향 범위가 훨씬 클 수 있다.
캘리포니아 내부의 선거구 획정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센서스 인구는 연방 하원의석뿐 아니라 주의회와 지방정부 선거구를 다시 나누는 기본 자료로 사용된다.
비시민권자가 많은 LA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샌디에고 등 대도시 지역의 공식 인구가 줄어들 경우 이민자 밀집 지역의 정치적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반대로 비시민권자 비율이 낮은 지역은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연방예산 배분 문제도 캘리포니아에는 중요한 변수다.
센서스 인구는 의료와 주택, 교육, 교통 등 각종 연방 프로그램의 예산 배분 기준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주민 상당수가 공식 인구에서 제외될 경우 캘리포니아와 지방정부가 실제 인구 규모보다 적은 연방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입장에서는 이번 센서스 개편이 ‘의석 감소-선거인단 감소-연방예산 축소’로 이어지는 삼중 압박이 될 수 있다.
법적 충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방헌법 수정헌법 14조는 연방 하원의석을 각 주의 ‘전체 사람 수(whole number of persons)’를 기준으로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민권자만 집계하거나 합법적 영주권자만 포함한다는 내용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인 2020년에도 불법체류자를 하원의석 배분 인구에서 제외하려 했지만 법적 분쟁 끝에 실제 적용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센서스국이 ‘통상적 거주자’의 개념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연방정부가 행정규정만으로 헌법상 ‘전체 사람 수’의 범위를 축소할 수 있는지가 핵심 법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와 시민권 단체들이 법정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결국 이번 센서스 개편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누가 인구조사에 포함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의 연방 하원의석과 대통령 선거인단, 연방예산 배분까지 동시에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캘리포니아의 정치적 영향력 자체를 재편할 수 있는 사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정안이 실제 2030년 센서스에 적용될 경우 캘리포니아는 미국 정치 지도 변화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주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