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모의 및 선거 사기 주장을 유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그의 재선 가도가 타격을 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1일 2020년 대통령 선거 패배 뒤 발생한 1·6 의회 폭동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조사해 온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트럼프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기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성추문 입막음과 국가기밀 반출 혐의로 잇단 기소됐지만 여전히 본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3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법 리스크는 더 커졌다.
그동안 트럼프는 기소될 때마다 정치적 탄압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는 지지층이 더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마가’라는 탄탄한 지지 기반
트럼프가 계속되는 사법 리스크에도 지지도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충성도가 높은 막강한 지지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른바 저학력, 육체노동자(블루칼라) 중심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이들은 공화당 유권자의 37%를 차지한다.
마가 기반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그를 강력하게 지지하며 트럼프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다.
이들에게 트럼프의 결점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마가 기반은 트럼프에게 결점 자체가 없다고 생각할 만큼 절대적으로 그를 지지한다.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와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마가 범주에 속한 응답자 319명 중 그가 심각한 연방 범죄를 저질렀다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가 기밀문서를 다루는 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답한 이 범주의 응답자도 2%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90%는 공화당이 미 검찰의 조사에 맞서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미 전역 932명의 공화당 성향 유권자를 상대로 조사가 실시됐다.
꺾이지 않는 트럼프의 지지율
사법 리스크에도 공화당 내 트럼프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NYT와 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54%의 지지율로 선두를 유지했다. 2위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7%)로 선두인 트럼프와 격차가 컸다. 이외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각각 3%,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2%의 지지를 얻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달 공개한 여론조사에도 공화당 지지 성향 유권자의 56%는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고, 디샌티스 주지사는 17%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사업가 라마스와미가 8%의 지지율로 3위에 올랐으며 펜스가 7%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언론도 이런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가 경선에서 패배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의 경선 승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다를까
그러나 이번 경우는 의사당 난입이라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었던 만큼 이전 기소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NYT는 이번 기소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고위를 방해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연방법 위반 혐의로 3번째 기소됐다면서 경선 선두 주자가 앞으로 수개월간 선거 운동과 재판을 병행해야 하는 기묘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재판받는 과정에서 트럼프의 불법 행위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선거 이슈로 부각되며 중도층과 무당파가 등을 돌리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2020년 대선 직후 조지아주 선거 결과 뒤집기를 시도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달 중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