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바이드노믹스’ 성과 홍보를 위해 콜로라도주 씨에스윈드 공장을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한국기업 공장 방문은 두 번째로, 조현동 주미대사도 백악관 초청을 받아 동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성과 홍보의 장으로 콜로라도 한국 공장을 선택한 것은 유력 대권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소속 콜로라도 하원의원은 지역구에 혜택을 가져온 바이든표 경제정책에 반대표를 던진 전력이 있고, ‘친(親)트럼프’ 성향이 강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오후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 있는 씨에스윈드(CS윈드) 풍력 타워 공장을 방문했다.
코스피 상장사인 씨에스윈드는 세계 최대 풍력타워 제조업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기회삼아 2021년 덴마크 회사의 푸에블로 타워 공장을 인수했다. 백악관은 지난 16일 보도자료에서 씨에스윈드가 콜로라도 공장에 2억달러(약 26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한국공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있는 SK실트론CSS 공장을 찾아 둘러본 뒤 투자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에 투자한다는 내 어젠다로 제조업 붐이 생기며 전 세계 민간 회사들에 의해 6000억 달러 이상을 끌어왔다”면서 “콜로라도의 씨에스윈드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 생산 시설이며 8070명을 고용하고 있다. 내 어젠다 때문에 씨에스윈드가 이곳 시설 확장을 위해 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내 계획은 열심히 일하려는 미국인들은 어디에 사느냐에 상관없이, 작은 마을에 살더라도 좋은 대우를 받고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자라온 뿌리를 지킬 수 있는 직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한다”며 “(직장에서) 존경이 담긴 대우를 받는 것이 당신의 존엄”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법 등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극단세력 비판에도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I’m in Colorado today to celebrate a historic investment in our clean energy economy that’s bringing everyone along. pic.twitter.com/9cwdAx3Wlh
— President Biden (@POTUS) November 29, 2023
콜로라도가 지역구인 로렌 보버트(공화당) 하원의원은 IRA법에 반대표를 행사했던 전력이 있어 좋은 먹잇감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가 오늘 축하하고 있는 역사적인 투자는 보버트 의원의 지역구에서 이뤄졌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그는 극단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지도자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MAGA를 선거구호로 사용하고 친환경 전환 정책을 비판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함께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율 기준 5.2%를 기록했다는 이날 발표를 언급하며 “(지난 정부는) 팬데믹이 없던 시절 부자들에 대한 감세 약속으로 기업들에서 노동자들로 낙수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음에도, (3분기 성장률은) 내 전임자 팀이 있이 있던 어떤 분기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백악관의 초청으로 조 대사 역시 동행해 자리를 함께했다.
조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제러드 폴리스 콜로라도주지사, 존 히켄루퍼 상원의원(민주 콜로라도) 등 참석자들과 만나 교류를 나눴다. 조 대사는 한국 기업이 미국의 청정에너지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한미 동맹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 중 윤석열 대통령을 “문 대통령”으로 잘못 언급하기도 했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대표를 언급하며 “여러장 사진을 함께 찍었는데, 그가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명성에 아마도 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지도자인 문 대통령과 친구”라고 말한 것이다.
한미 동맹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강하되고, 양국 정상간 교류도 크게 늘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차례 윤 대통령의 이름을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방한 때도 윤 대통령을 “문 대통령”이라고 불렀다가 곧바로 정정했다. 지난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에는 기자회견에서 “룬 대통령”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