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대법원의 명령으로 소셜미디어 엑스(X·전 트위터)의 서비스가 중단된 가운데, 현지에선 이와 관련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의 유명 방송인인 루시아노 허크는 한 공개 행사에서 “나는 이번 사태에 반대한다”면서 “사법부가 기업의 일상적인 운영에 강압적인 방식으로 섞이는 것은 브라질에 매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브라질 대법관은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엑스에 접속하는 사용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우파 정치인과 일부 전문가들은 2000만 명에 달하는 브라질 엑스 사용자 대부분이 콘텐츠 소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VPN 사용자에게 벌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법적으로 모호하고 지나치게 징벌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브라질 변호사협회는 대법원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일일 벌금을 광범위하고 일반화된 방식으로 개인과 법인에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면서 결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단체는 “벌금 부과는 제재에 해당하므로 개인에게 완전한 방어권을 보장하는 법적 절차가 항상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우파 성향의 노보당 소속 연방 의원 마르셀 반 하템은 VPN을 이용해 엑스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모라이스를 “폭군”이라고 칭하면서 그의 명령이 “불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내 존엄성은 벌금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면서 “나는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 진정한 정의를 믿기 때문에 국가의 박해나 위협에 상관없이 트윗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브라질 대법원이 엑스에 부과된 벌금 납부 집행을 위해 엑스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금융 계좌를 동결하기로 한 결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브라질 하원의장 아서 리라는 지난달 31일 한 행사에서 스타링크 계좌 동결과 관련해 “우리를 우려하게 만든다”면서 “이것은 저뿐만 아니라 투자자, 브라질에서 사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법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탈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도 “불법적인 엑스 폐쇄와 스타링크 계좌 동결로 인해 브라질은 투자 불가능한 시장으로 빠르게 전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5월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는 모라이스 대법관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의 생각을 가진 응답자는 27%였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지난 4월 유해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이유로 엑스를 향해 일부 계정을 정지하거나 제한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계정에는 지난 정권 우파 인사들의 계정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머스크와 모라이스 대법관의 기싸움이 수 개월 간 이어졌고, 결국 모라이스 대법관은 엑스 서비스 차단 명령과 스타링크 금융 계좌 동결 명령까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