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3스타가 극찬한 알리오 올리오는 대체 어떤 맛일까?”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참가자들의 면면과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 시그니처 메뉴 등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이슈를 생산하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지난 17일 공개되자마자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또 지난 16~22일 누적 시청수 380만회를 기록해 18개국에서 톱10에 들었다.
전문 셰프가 출연하는 요리 예능이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큰 몰입감을 선사한 것은 오랜만이다.
심사를 맡은 외식사업가 백종원과 미쉐린 3스타 셰프 안성재부터 서바이벌에 참여한 스타 셰프들까지 출연진의 이름값은 대중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또 ‘숨겨진 실력자’로 평가받는 흑수저 셰프들의 서사도 새로운 즐거움을 안겼다.
미슐랭을 꺾은 15년 급식 조리사 ‘급식 대가’부터, 백종원이 심사 후 허리 숙여 존경을 표한 중식 대가 ‘여경래’, 만화책을 보고 영감을 얻어 독학으로 요리 세계관을 구축한 ‘만찢남’까지. 시청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최애 수저’까지 정해가며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일식, 양식, 한식, 퓨전을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의 셰프들이 만들어내는 음식들은 오랜만에 상상력과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경력과 명성을 보유한 백수저 세프들과 패기와 신선함으로 무장한 흑수저 셰프들의 대결이 주는 긴장감도 상당하다.
초반 시청자들은 백수저에 도전장을 내민 ‘흑수저’를 응원하는 분위기였지만, 방송 직후 백수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커리어에 흠이 날 수도 있는 서바이벌 경연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존경 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흑백요리사는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온라인 상에서는 시청 후기와 방송에서 생산된 여러 이슈들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출연자들이 운영하는 식당 방문기, 이들이 과거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장면 등을 담은 영상도 뒤늦게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프로그램 참가자 중 상당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이 전하는 뒷얘기도 이슈를 불러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심사위원 백종원, 백수저 여경래, 흑수저 승우아빠와 은수저 등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출연 후기를 전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튜브가이드가 26일 발표한 9월 넷째주 국내 유튜브 채널 차트를 보면 백종원 유튜브 채널은 한 주 동안 구독자 수가 3만명이나 늘었고 주간 조회수는 1231만회를 기록했다. 여경래 셰프의 유튜브 채널 ‘여가네’도 주간구독자 수 1만2000명을 기록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자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활약 중인 백종원은 미슐랭 쓰리스타 식당인 ‘모수’를 운영하는 안성재 셰프와 2인 심사를 맡았다.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요소는 두 사람의 언쟁이다. 두 심사위원의 평가 기준이 사뭇 달라 서로를 설득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안성재 셰프는 파인다이닝 요리에 특화돼 있고, 백종원은 서민 친화적이고 대중적인 음식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백종원은 지난 20일 ‘흑백요리사 얘기할 건데 퍼트리면 안 된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자신의 평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나는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관련 지식을) 알아야 맛있다. 먹는 것 때문에 책을 보는 사람”이라며 파인다이닝을 포함한 여러 음식에도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음을 알렸다.
또 안성재 셰프와의 평가 이견에는 “서로 다른 면을 바라보니까 훨씬 심사가 좋았다”며 전혀 다른 두 심사위원을 섭외한 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덧붙여 해당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흑수저 셰프들의 실력에 감탄하게 됐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이게 (승자를) 추리고, 추리고 올라갈수록 굉장히 소름 끼치는 게 이 사람이 뭘 했고 어떤 의도를 갖고 했는지 알면서 소름이 쫙, 이게 (흑수저 셰프들이) 보통이 아닌 거다”라고 말했다.
여경래
여경래 셰프는 중식 그랜드 마스터로 각종 요리 경연 심사위원을 맡았던 이력이 있다.
그가 흑백요리사에 심사위원이 아닌 ‘참가자’로 출연한 점에 시청자들은 의문을 표했다. 이미 업계에서 하이 커리어를 찍은 상황에서 굳이 탈락 리스크를 안고 갈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아무도 모르고 여 셰프님만 아는 흑백요리사 뒷담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입장을 전했다.
여 셰프는 “이 나이에 무슨 요리대회냐, 이렇게 생각했다가 한편으론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아직도 내가 요리대회에 관련된 행사나 그런 것도 많이 하고 해외에도 많이 다니는데 내가 하면 이기고 안 이기고 이런 건 두 번째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덧붙여 “하게 되면 후배들에게 하나의 동기부여가 생길 것 같았고 나도 내 자신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낼 수 있겠다 싶었다”며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가 준비한 조리 시설에도 만족을 표했다. 그는 “전체적인 시설, 분위기, 진행 모두 지적할 만한 것이 크게 없었다”며 “엄지를 들어 칭찬한다”고 말했다.
승우아빠
승우아빠는 기발한 요리 콘텐츠로 이름을 알린 140만 유튜버다.
그는 흑수저 ‘승우아빠’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당시 촬영 날짜가 1월이었음에도 1라운드 예선 요리에 ‘수박’을 메인 재료로 사용해 주목 받았다.
그는 지난 17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같이보기 입중계’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켜 팬들과 소통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수박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라며 모두가 궁금해했던 재료 선택의 이유를 단순하게 풀었다.
약 5시간에 걸쳐 공개된 4개의 회차를 팬들과 시청하며 촬영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특히 화제가 됐던 ‘블라인드 심사’에 관해서 입을 열었다.
블라인드 심사에서 두 심사위원은 검은 안대로 눈이 가려진 채 어떤 음식인지, 음식을 조리한 셰프는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스태프들이 먹여주는 ‘한 입’으로 승패를 결정했다.
승우아빠는 “심사위원은 정말 앞에 누가 서 있는지 몰랐다. (수저가 입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아무 정보가 없는 거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은수저
은수저는 주로 이탈리아 음식을 다루는 요리 유튜버다. 인터넷 밈을 적절히 섞어 재밌는 상황극을 연출해 인기를 얻었다.
그는 흑수저로 참여했지만 10초가 채 안 되게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유튜브에 백수저 장호준 셰프와 함께한 촬영 후기를 남겼다.
은수저는 출연 제의를 받고 스튜디오에 입장하기 전까지 쟁쟁한 라인업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시청자 입장으로 간 느낌이었다. 현업 종사자가 아니니까. 되게 콘서트 같았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또 심사의 공정성에 좋은 평가를 줬다.
그는 “항상 공정한 심사를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무조건 원물 (사용하게 했다). 설탕도 뜯어오지 말라고 했다”며 “(내가 가져간 것도) 실제로 이렇게 열어서 보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요리가 원하는 대로 잘 안 나왔는데도, 맛이 없었는데도 내가 좋아하는 백종원 선생님이 세 번, 네 번 드시면서 엄청 심도 있게 평가를 하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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