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美 편입 압박엔 반대…야, ‘협력 강화’ 주장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가 11일(현지 시간) 총선을 치르고 새 정부를 뽑는다.
덴마크로부터의 독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편입 압박 대응 등 그린란드 주권에 대한 향방을 결정할 역사적 선거가 될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덴마크의 일부로 남을지, 독립을 추구할지, 미국이나 유럽 같은 강대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지에 대한 존재론적 문제가 걸려 있다”고 했다.
그린란드 의회는 총 31석으로, 2021년 구성된 현 의회는 좌파 민족주의 성향 ‘이누이트공동체당(12석)’과 사회민주주의 성향 ‘전진당(10석)’ 연정이 과반을 이뤄 집권하고 있다. 외신은 이누이트공동체당이 차기 의회에서 1당을 유지하고 무테 B. 에게데 총리가 연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누이트공동체당과 전진당은 모두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하고 있는데, 문제는 덴마크가 매년 5억 달러(약 7281억원) 규모로 지원하는 재정에 의존해온 경제적 취약성이다.
그린란드 언론 세르미치아크와 덴마크 언론 베를링스케가 지난 1월22일~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가 그린란드 독립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무조건적으로 지지한다’와 ‘경제적 불이익이 있더라도 지지한다’는 39%에 그쳐 ‘불이익이 있을 경우 독립을 원치 않는다(45%)’는 조건부 찬성보다 낮았다.
자유유럽방송(RFE)에 따르면 그린란드 수출의 50%, 수입의 60%는 덴마크에 의존하고 있다. 그린란드 인구의 절반 가량은 덴마크의 보조금 지원에 기반한 공공 부문에서 일한다.
마사나 에게데 세르미치아크 편집장은 폴리티코에 “정치인들은 독립이 실제로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며 “경제적 독립인가, 독립의 느낌인가, 우리만의 국경을 갖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미국 편입 압박에 대해서는 모든 정당이 반대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그린란드 의회 원내 5개 정당 중 미국 편입에 찬성하는 당은 없다. 1월 여론조사에서도 ‘덴마크를 떠나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 질문에 유권자 85%가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의회 연설에서 그린란드를 향해 “여러분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부유하게 만들고, 그린란드를 상상하지 못했던 높이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미국 편입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자 에게데 총리는 다음날 “우리는 미국인이 되고 싶지도, 덴마크인도 되고 싶지도 않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덴마크로부터 실질적 자립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린란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미국 편입에는 반대하지만 희토류 채굴, 관광산업 확대 등 경제 협력에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이에 최대 야당 나레라크는 독립 국민투표를 앞당기는 동시에 미국과 안보 협정을 맺고 관계를 심화시키자고 주장하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쿠파누크 올센 나레라크 총선 후보는 “트럼프와 전 세계의 관심이 우리의 독립 과정을 100배 앞당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울릭 프람 가드 덴마크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CNN에 “그린란드인들은 덴마크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들은 더 많은 선택권을 갖기 위해 의존도를 다양화하고 싶어한다”고 봤다.
1953년까지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는 점차 자치권을 확대해 2009년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국민투표로 독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선거까지는 그린란드 국내 경제 문제가 주된 쟁점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편입 압박 직후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독립 문제가 경제 토론을 대체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