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상원의원이 LA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질문을 시도하다가 강제로 퇴장 당했다.
캘리포니아 민주당 소속의 알렉스 파디야 상원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급습 작전과 관련해 놈 장관이 소집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시도했다. 이 작전은 남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거의 일주일간 지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놈 장관은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발생한 폭력을 비판하며 그 책임을 지역 및 주 정부 지도자들에게 돌렸다.
그녀는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 이 도시를 사회주의와 부담스러운 지도력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이곳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 주지사와 시장이 이 나라와 이 도시에 끼치려 했던 영향을 제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디야 의원이 말하려 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목소리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이후 파디야 의원은 기자회견장에서 강제로 끌려 나갔으며, 이 장면은 폭스뉴스의 기자가 촬영한 영상에 담겼다. 그는 질문을 끝내 하지 못했으며, 기자회견이 끝난 뒤 놈 장관과 따로 면담을 가졌지만, 그 전에는 연방 법집행기관에 의해 제압되어 땅바닥에 눕혀지고 수갑이 채워지는 상황을 겪었다.
파디야 의원 측은 성명을 통해 “상원의원은 현재 LA에 머물며 연방 정부의 캘리포니아 내 작전과 운영에 대한 의회 감독 역할을 수행 중”이라며 “연방청사에서 브리핑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중 놈 장관의 기자회견을 청취하고 있었다. 장관에게 질문을 시도하자 연방 요원들이 그를 강제로 끌어내고 수갑을 채웠다. 현재 구금 상태는 아니며, 추가 정보를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이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놨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파디야 의원은 자신을 밝히지 않고 상원의원 배지도 착용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 도중 놈 장관을 향해 돌진했다”며 “수차례 후퇴하라는 지시를 무시해 비밀경호국이 공격자로 간주했고, 요원들이 적절히 대응했다. 이후 놈 장관은 파디야 의원과 약 15분간 면담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놈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공개된 영상에서는 파디야 의원이 자신이 상원의원임을 명확히 밝히는 모습이 보이며, 장관에게 돌진하는 장면은 없다. 영상에는 의원이 제압되어 땅에 눕혀지고 수갑이 채워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번 충돌 이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파디야 의원을 옹호하며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품위 있는 인물 중 하나”라며 “이 상황은 독재적이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트럼프와 그 충성 요원들이 통제를 잃었다.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뉴섬 주지사는 파디야 의원이 제압당하는 장면의 사진도 함께 공유하며 “질문 하나 했다고 상원의원을 수갑 채워 끌어낸다면, 일반 시민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캐런 배스 LA시장도 “파디야 의원에게 벌어진 일은 충격적이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는 미국 상원의원이다. 이 행정부의 폭력적 공격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디야 의원의 전임자인 카말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성명을 통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파디야 의원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행정부의 행동에 대해 수백만 명의 캘리포니아인을 대신해 질문하고 있었다. 이는 권력의 수치스럽고 충격적인 남용”이라고 했다.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재니스 한은 “이 행정부는 완전히 통제를 잃었다. 트럼프 행정부 전체가 제정신이 아니다. 파디야 의원도 연방정부의 일원이며, 이런 대우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롭 본타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상원의원을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수치스럽고 무례한 일이다. 폭력을 통해 질문을 막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최대 라틴계 인권 단체인 미국 라틴계 시민연맹(LULAC)도 파디야를 옹호했다.
로만 팔로마레스 전국 회장은 “이번 사건은 권력 남용이자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다. 연방 각료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려 했다는 이유로 라틴계 상원의원을 물리적으로 끌어낸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묵과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LULAC은 지지자들에게 “이것이 새로운 일상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연방 당국은 파디야 의원의 행위가 “매우 공격적이었다”고 주장하며 정당성을 부여하려 했다. 트리샤 맥로클린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그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고,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통해 “파디야 의원이 상원의원 배지를 착용하지 않았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노엠 장관에게 돌진했다”고 주장했다. FBI도 이와 유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뉴섬 주지사는 영상 내용을 반박하며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영상에서 제일 먼저 말한 게 ‘나는 상원의원 파디야’라는 말이었다”며 “이제는 시장도, 판사도, 노조 지도자도, 상원의원까지 구금하고 있다. 해병대를 국내에 배치하고 있다. 해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우리는 그것을 ‘독재’라고 부를 것”이라고 일갈했다.
놈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LA를 “범죄자의 도시”라고 부르며 민주당이 주도하는 도시 정부와 이민자 보호 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놈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이곳은 이민자의 도시가 아니라 범죄자의 도시다. 배스 시장이 이들을 수년간 보호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빌 에쎄일리 연방검사도 캘리포니아 지도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사우스 다코타 주지사 출신인 놈 장관은 최근 군을 동원해 시민을 체포하거나 구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반란법’이 발동되지 않는 한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놈 장관은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헤비어스 코퍼스(habeas corpus)’의 정의에 대해 도전받았으며, 이를 “대통령이 사람을 이 나라에서 추방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라고 잘못 설명했다. 헤비어스 코퍼스는 국가가 법원의 심리 없이 개인을 무기한 구금할 수 없다는 기본권을 의미한다.
같은 날 뉴욕타임즈는 놈 장관이 헌팅턴 파크에서 진행된 ICE의 급습 작전에 동행했다고 보도했으며, 당시 급습 대상자는 자택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토안부보의 기자회견과 상황을 종합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가 캘리포니아를 그리고 LA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이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