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G7 차원의 대(對)러시아 압박 강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빈손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키이우인디펜던트, 키이우포스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캐나다로 출발하기 전 오스트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G7 정상회의는 우리 모두가 푸틴을 막기 위해 어떤 압력을 가할 수 있는지, 또 그가 전쟁을 멈추도록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17일로 확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제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논의할 사안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가 구매할 준비가 된 ‘방위 패키지'”라고 예고했다.
그는 나아가 “미국의 도움 없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싸울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며 다소 강한 어조의 호의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방위 패키지’는 미국산 첨단 방공체계인 패트리엇을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는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패트리엇이 필요하다며 구매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다. 패트리엇은 서방 주요국도 가지고 있지만, 수출 통제권은 미국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충돌 상황 급변을 이유로 16일 조기 귀국을 결정하면서 만남 자체가 취소됐다.
정상회담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핵심 목표였던 G7 차원의 대러 제재 강화도 트럼프 대통령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촉구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견딜 수 없는 압력이 있은 뒤에 신뢰할 수 있는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미국은 이 역시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대러 제재에 관해 유럽과 연대할 것인가’ 질문에 “유럽이 그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아직 (제재를) 하지 않았다”며 “그들이 먼저 어떻게 하는지 볼 것”이라고 답해 거리를 뒀다.
이어 “내가 어떤 국가에 제재를 가하면 미국은 엄청난 돈을 쓴다. (제재는) 그냥 문서 서명이 아니라 수십억 달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제재는 그렇게 쉬운 일방통행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관철할 핵심 의제로 삼았던 러시아 원유 수출 제재 강화도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EU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 상한가를 배럴당 현행 60달러에서 45달러로 하향하는 EU 차원 제재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참할 것을 설득하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사실상 거부당했다. 우크라이나는 EU보다 더 낮은 ’30달러 하향’을 주장했었다.
By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