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이란 폭격? 트럼프는 그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제하 사설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할 경우 미국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닷새째 충돌하며 미국의 개입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총력전을 비롯해 새로운 전쟁에 동원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라는 조언이다.
특히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은 다른 목표를 품은 것으로 보인다”라는 게 WP의 진단이다. 미국은 이란의 핵협상 복귀와 충돌 중단을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핵협상이 재개돼도 공격을 중단할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WP는 “이스라엘의 작전 목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억제와 자국을 노린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정권의 몰락을 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이 크게 약화하고 시리아 아사드 정권도 축출된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역내 최대 반(反)이스라엘 세력인 이란의 몰락을 도달 가능한 목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난공불락’으로 평가되는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이다. 해당 시설은 산악 지대의 지하 깊은 곳에 콘크리트 구조로 건설됐는데, 이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유한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MOP가 필요하다.
WP는 “미국이 자국 B-2 폭격기에 벙커버스터를 실어 이스라엘의 포르도 시설 파괴를 도울 수 있다”라면서도 이 경우 결국 이란과의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개입을 바라고 있다.
반면 이란의 경우 “놀랍게도 중동의 미군 기지 또는 자산에 탄도미사일을 쏘는 일을 피해 왔다”라는 평가다. WP는 “백악관이 참전할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해 이란 지도자들이 그들 대응을 신중하게 조정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했다.
WP는 “최근의 역사를 보면 이란 정권의 급격 교체를 위한 공습 참여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라며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거론했다. “폭격으로 정권을 무너뜨리기는 쉽지만 합법적이고 온건한 정권 교체는 더 어렵다”라는 지적이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의 목표가 이란의 정권 교체라면, 미국은 그 실행 방법과 이후 상황에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무정부 상태로 붕괴하지 않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자문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