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주가 식료품점과 기타 상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소비자들이 익숙해진 두꺼운 재사용 가능 비닐봉투 역시 단계적으로 퇴출되면서, 이 제한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비닐봉투 금지 조치와 유료화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다시 말해, 사람들이 재사용 가능한 가방이나 종이봉투를 사용하거나, 손으로 물건을 들고 나가도록 유도하는 이 정책들이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답하고자 콜럼비아 대학교와 델라웨어 대학교의 두 연구자가 새롭게 발표된 과학 저널의 동료 평가 논문을 통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45,000건 이상의 해안 정화 활동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비닐봉투 관련 정책이 실제로 쓰레기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우리 연구 설계는 각 정책 시행 전후 해안 정화에서 수거된 비닐봉투 비율과, 정책이 없는 지역에서의 전반적인 쓰레기 추세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연구 기간 동안 비닐봉투는 수거된 쓰레기 중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비닐봉투 규제가 있는 지역에서는 그 증가세가 훨씬 낮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규제가 없는 지역과 비교해 비닐봉투가 전체 수거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에서 최대 47%까지 감소했다. 특히, 기존에 비닐봉투 쓰레기가 심각했던 지역에서 더욱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정책 시행 후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더 커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즉 규제 이후 시간이 지나 다시 비닐봉투 쓰레기가 증가하는 경향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정책이 예상 밖의 다른 문제를 유발하는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같은 효과는 해안 지역뿐 아니라 강변과 호수 등 내륙 수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으며, 호수에서는 오히려 더 큰 효과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야생동물 보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비닐봉투 규제 지역에서 동물들이 비닐에 얽히는 사례가 평균 30~37% 줄어든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감소가 직접적으로 정책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는 “비닐봉투 규제가 과거에 비닐 쓰레기가 심각했던 지역의 해안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줄였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이 같은 결과가 더 넓은 지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면, 규제 확대는 비닐봉투 쓰레기를 줄이고, 인간 쓰레기에 얽히는 야생동물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캘리포니아는 일회용 비닐봉투 금지 조치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행한 주 중 하나지만, 상점들이 10센트를 받고 판매하는 두꺼운 ‘재사용 가능’ 비닐봉투 허용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실제로 일부 연구자들은 이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비닐 폐기물이 생겨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허점은 2026년에 폐지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는 2026년 이후 종이봉투를 유료로 제공하고, 소비자들은 손으로 물건을 들고 나가거나 개인용 장바구니를 가져오게 된다.
국제 해안 정화 활동에 참여해 이번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한 환경단체 오션 컨서번시의 플라스틱 정책 담당 국장 안야 브랜든은 비닐봉투를 “야생동물에 위협이 되는 해양 오염의 주범”이라고 지적하며, 이를 겨냥한 구체적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에도 비닐봉투 금지가 효과적이라는 분석은 있었지만, 이번 동료 평가 연구는 그 사실을 명확히 입증해준다”고 그녀는 말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