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체자 체포 위해 가정집 현관문 폭파까지… 헌팅턴파크 주민 충격
수십 명의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이 체포 작전을 위해 주택 현관문을 폭파하고 집 안으로 진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영화가 아닌 실제 사건이다. 표적은 불법체류자로 지목된 남성이었지만, 현장에는 그의 여자친구와 어린 자녀들만 있었다.
27일 아침, LA 남쪽 헌팅턴파크 7500 캘리포니아 애비뉴에 위치한 한 주택에 CBP(세관국경보호국) 소속 요원들이 창문과 문을 폭파하고 돌입했다. 작전 대상은 조르헤 시에라-에르난데스였으나, 그는 현장에 없었다.
당시 집에 있던 여성 제니 라미레즈는 “어떤 설명도 없이 창문과 문을 부수고 들이닥쳤다. 무섭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유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를 찾는지도 말하지 않고, DHS(국토안보부) 소속이라고만 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이번 급습은 6월 20일 벨(Bell)시에서 열린 시위에서 벌어진 사건과 연결돼 있다. 연방 당국은 시에라-에르난데스가 시위 중 자신의 차량을 CBP 차량에 고의 충돌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연방 요원이 지프 차량 앞에서 급제동을 걸며 사고를 유도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시에라-에르난데스는 현장에서 석방됐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27일 늦은 오후 스스로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CBP는 작전 당일에는 언급을 피했으나 이후 “요원들이 공격당했고, CBP 차량도 손상됐다. 연방 요원을 방해하거나 공격한 사람은 모두 체포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12일 벌어진 또 다른 헌팅턴파크 급습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국토안보부 장관이 직접 참석한 작전이 임산부와 네 자녀가 있는 집을 겨냥했으나, 수색 대상자는 없었다. 이후 당국은 대상자가 마약 밀매와 폭행 전과가 있는 추방된 멕시코 출신 불체자였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에서는 연방 작전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 사람들이 누구인가? 자경단인가? 그들이 입고 있는 조끼는 아마존에서 산 것 같다”고 비판했다.
헌팅턴파크 시의회는 25일, 경찰이 연방 요원 신원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아르투로 플로레스 시장은 “우리는 연방 작전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팅턴파크 경찰서장 코스메 로사노 역시 “이번 사건은 공공 안전, 연방 요원 사칭 가능성, 법 집행의 투명성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며, 당국은 추가 정보를 곧 발표할 예정이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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