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각) 저녁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영국 런던 스탠스티드 공항에 도착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재임 중 두 차례 영국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까지 2박 3일간 머물며 융숭한 왕실과 영국 정부의 환대를 받는 반면 대부분의 행사는 대중들과 접촉이 없는 상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BBC 방송은 보도했다.
17일 트럼프 부부 환영식이 열릴 윈저성 주변에는 그의 방문 전부터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거대한 이미지가 윈저성의 벽에 투사되는 등 내부 화려한 환영식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찰스 2세는 내 친구”
트럼프 방문 기간 왕실 환영 행사와 함께 무역 협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참여 범위 등 현안 논의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에어포스원을 타고 영국을 방문하기 전 이번 방문을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영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무역 협정을 조금 더 구체화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어한다”며 “ 그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은 “내 친구 찰스 3세를 만나는 것”이라며 “그는 나라를 너무나 잘 대표하고 우아한 신사”라고 말했다.
그는 국왕에 대해 “국왕은 오랫동안 내 친구였고, 모두가 그를 존경하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946년생으로 1948년생인 찰스 3세보다 2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탠스티드 공항에 착륙한 후 활주로에 줄지어 선 이베트 쿠퍼 외무장관 등의 공식 환영을 받았다.
윈저성 환영행사, 황금마차 행렬·공중 美-英 합동 비행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윈저성에서 왕실 의식 등으로 환영 행사를 갖는다. 16일 밤은 미국 대사 관저인 윈필드 하우스에서 지낸다.
윈저성에서 그를 초대할 사람은 찰스 2세 국왕과 카밀라 국왕비 그리고 왕족 고위 인사들로 구성됐다.
윌리엄 왕자와 캐서린도 환영식에 참석하고, 예포 발사와 왕실 근위대 사열이 있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의 황금 마차 행렬은 윈저성 부지 내에서만 진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대해 “여기에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들이 많다. 영국은 정말 특별한 곳”이라고 말했다.
BBC는 영국 정부의 핵심 메시지는 미국이 나토(NATO)에 대한 헌신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며, 국빈 방문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군대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육군, 왕립해군, 공군에서 온 1300명의 군인이 환영식에 참석할 예정이며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한 역대 최대 규모의 명예 경비대가 마련될 예정이다.
또한 F-35 전투기와 레드 애로우즈가 윈저 상공을 비행하는 미-영 합동 비행 행사가 대통령과 함께 키어 스타머 경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세인트 조지홀 환영 연회·美, 기술기업 대규모 투자로 화답
국빈 방문의 중심은 세인트 조지 홀에서 열리는 화려한 연회다.
찰스 3세 국왕과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손님들은 영국과 미국의 특별한 관계를 표현한 요리를 즐길 가능성이 높다.
왕실 행사와 사진 촬영 기회와 함께, 무역 및 국제 협력에 관해 미국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이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의 방문이 진행되는 동안 미국 기술회사가 영국에 310억 파운드(약 58조 3000억원)를 투자하는 대규모 기술 거래가 발표됐다. 이 중 220억 파운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투자한 것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기술 협정을 통해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원자력 분야에서 협력이 이루어질 것이며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람들의 주머니에 더 많은 돈이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트럼프 방문에 앞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영국의 인공지능 연구에 50억 파운드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양국 원자력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협정도 체결된다.
하지만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영국산 철강에 부과된 25% 관세를 철폐하려는 노력은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이는 다른 많은 국가들이 부과받고 있는 50% 관세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런던시장 “분열적이고 극우적인 정치인 비판 두려워해서는 안돼” 트럼프 직격
트럼프가 16일 도착하기 전 ‘트럼프 반대 연합(Stop Trump Coalition)’ 시위대 약 70명이 윈저성 밖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트럼프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거대한 이미지를 윈저성의 벽에 투사했다.
시위대는 16일 윈저성에 이어 17일에는 런던 중심가에서 또 다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템스 밸리 경찰은 윈저성에 ‘허가받지 않은 투사’ 사건으로 4명이 체포되었으며 윈저성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허가받지 않은 활동을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찰은 18일 오후 트럼프 방문이 끝날 때까지 엄격한 보안 작전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트럼프의 국빈 방문은 처음으로 한 대통령의 임기 중 두 번째라는 의미가 있지만 다른 국빈 방문과는 달리 일반 대중이 트럼프를 볼 수 있는 순간이 없을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모든 행사가 윈저 저택 내부나 총리의 시골 저택인 체커스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윈저성에 이르는 번화가에는 미국 국기가 게양되어 있지만 트럼프도 이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는 것이다.
노동당 소속의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트럼프가 미국 도시에 군대를 배치하고 소수민족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독재자의 전술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라고 가디언 기고에서 말했다.
그는 “스타머 총리는 세계적으로 분열적이고 극우적인 정치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는 인물을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