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대법원은 2일 캘리포니아주가 학교에서 자녀가 이름이나 대명사를 변경할 경우 이를 교사가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한 정책이 학부모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결했다.
이번 결정은 사건 초기 단계에서 학부모 권리 옹호 단체들에 중대한 승리를 안겨준 반면, LGBTQ 학생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주 정부의 노력에는 타격이 됐다.
다만 대법관들은 이 쟁점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며, 사건은 향후 다시 연방대법원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 최소 5명이 학부모 측 손을 들어줬으며, 닐 고서치 대법관은 자신의 표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익명 의견서에서 “종교의 자유 침해를 주장한 부모들은 성과 젠더에 대해 진지한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으며, 그 신념에 따라 자녀를 양육해야 할 종교적 의무를 느끼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의 정책은 이러한 신념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자녀의 젠더 표현이나 학교 내 사회적 전환 시도에 대해 반대하는 부모에게 학교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1심 판사의 명령이 복원됐다. 또한 교사들은 자녀의 이름과 대명사 사용에 관해 부모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법원은 “주 정부는 해당 정책이 학생의 안전과 사생활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을 증진한다고 주장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보호하는 1차적 보호자인 부모를 배제한다”고 지적했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대법관인 클래런스 토머스와 새뮤얼 얼리토는 더 나아가 교사들의 주장도 받아들였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사들은 부모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헌법상 권리도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에 참여했다.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모두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별도의 설명 없이 반대표를 던졌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과 함께 작성한 반대 의견에서 이번 결정을 대법원의 긴급 사건 처리 절차의 “오작동”이라고 비판했다.
케이건 대법관은 이 사건이 “새로운 법적 질문을 제기하고 강한 견해를 불러일으키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서면 공방과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은 숙고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원은 조급해 보인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신속히 마무리하려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관련 두 건의 사건에서도 유사한 태도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다수 의견이 항소심 절차를 건너뛰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세 명의 대법관은 이번 결정이 조급함의 표현이 아니라, 부모들에게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에 대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동참한 보충 의견에서 이번 개입이 사건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배럿 대법관은 “‘가능성(likely)’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며 “이는 우리의 판단이 잠정적이라는 점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롭 본타는 긴급 요청을 기각해 달라고 대법원에 촉구했다. 그는 1심 판결이 예외를 허용하지 않은 채 “즉각적이고 극적인 변화”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