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치트키’ 항생제의 변이,”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마법 지팡이가 부러지고 있다.”
1928년,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륨이란 푸른 곰팡이가 근처의 세균을 죽이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여 페니실린으로 명명했을 때 세상은 환호했다. 이전까지는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로도 패혈증에 걸려 목숨을 잃던 시대였으니까. 항생제 덕분에 인간의 기대수명이 30년은 더 길어졌다는 추산도 있다.
대부분의 항생제는 세균과 곰팡이들이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물질로부터 유래한다. 1940년 화학자인 하워드 플로리와 언스트 체인이 페니실린을 정제하고 대량생산의 길을 열어, 2차 대전 중 수많은 부상자의 목숨을 살렸다.
1943년 미국의 미생물학자 셀먼 왁스먼은 스트렙토미세스라는 세균에서 결핵균을 죽이는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하여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길을 열었다. 이후 약 30년에 걸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항생제가 발견되었고, 이를 화학적으로 변형한 차세대 항생제들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10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우리는 이 지팡이가 말을 듣지 않는 무서운 시대, 즉 ‘포스트 항생제 시대(Post-Antibiotic Era)’의 문턱에 서 있다.
결핵이나 폐렴, 패혈증같이 세균이 인체에 감염하여 일으키는 질병뿐 아니라, 가축과 작물의 감염병을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하여 항생제들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자,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내성 세균들이 곳곳에서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내성 세균들은 저항성 유전자를 장착하여 항생제를 분해하거나 변형시키는 효소를 만들기도 하고, 항생제를 세포 밖으로 퍼내거나, 아니면 항생제의 공격을 받는 타깃 분자를 변형시켜 항생제를 무력화하는 각종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항생제에 민감한 정상적인 세균들은 항생제에 의해 제거되지만, 저항성을 장착한 내성균들은 살아남아 증식을 계속하며 수를 불린다. 거기에 더해, 항생제는 저항성 유전자를 다른 세균에 전파하는 수평적 유전자 전달 방식을 활성화해, 새로운 내성 세균을 만들어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급증하는 내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는 약 100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사망하게 될 것이라 한다. 이는 암으로 사망하게 될 숫자와 거의 비슷하다.
1. 범인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내성은 어떻게 생길까?
항생제 내성은 마치 ‘세균들의 군사 훈련’과 같다. 우리가 항생제를 먹으면 몸속 세균 대다수는 전멸한다. 하지만 그중 아주 소수,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돌연변이 세균’들이 살아남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 복용 중단: “좀 나아졌네?” 하며 약을 중간에 끊으면, 반쯤 정신 나갔던 세균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항생제의 공격 패턴을 학습한다.
- 남용: 필요 없는 감기(바이러스성 질환)에 항생제를 쓰면, 무고한 상주균들까지 공격받아 내성균으로 흑화(黑化)한다.
결국, 살아남은 녀석들은 항생제를 분해하거나, 몸 밖으로 뱉어내거나, 심지어 항생제가 공격할 ‘표적’ 자체를 바꿔버리는 ‘슈퍼박테리아’로 진화한다.
2. 고기 한 점에 숨어있는 내성균의 비밀
내성이 병원에서만 생기는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전 세계 항생제 사용량의 약 70~80%는 사람이 아닌 가축에게 투여된다. 좁은 축사에서 병에 걸리지 말라고 사료에 섞어 먹이는 것이다. 이 고기를 우리가 먹거나, 가축의 분뇨가 하천으로 흘러가면서 내성균은 지구 전체를 순환하게 된다. 결국 내성균은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거대한 부메랑’인 셈이 된다.

3. “독을 독으로 제압한다?”: 한의학의 지혜와 새로운 대안
항생제가 세균을 직접 사살하는 ‘저격수’라면, 한의학과 대안 요법은 ‘성벽을 높이고 해자를 깊게 파는 전략’을 쓴다.
- 정기존내(正氣存內), 사불가간(邪不可干): 한의학의 핵심 원칙이다. “내 몸의 바른 기운(면역력)이 튼튼하면 병균이 침범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금은화(인동덩굴), 연교(개나리 열매): 천연 항생제로 불리는 이 약재들은 세균을 직접 죽이기도 하지만,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세균이 번식하기 힘든 환경을 만든다.
-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세균을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뜻의 바이러스이다. 특정 세균만 골라 공격하기 때문에 차세대 항생제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다.
-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관리: 유익균을 늘려 유해균이 발붙일 곳이 없게 만드는 ‘세력권 싸움’ 전략이다.
4. 우리가 할 수 있는 힙한 대처법
지루한 잔소리 같지만, 내성균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 “끝까지 가라”: 처방받은 항생제는 증상이 나아져도 끝까지 다 먹어야 한다. 세균을 확인사살하는 과정이다.
- “구걸 금지”: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세균 잡는 항생제는 감기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단, 감기시 증상이 악화되어 다른 염증성 질환으로(폐렴, 인후염, 기관지염 등) 발전되면 항생제가 비로서 필요하다.
- “손 씻기”: 내성균의 이동 경로를 차단하는 가장 강력하고 저렴한 무기이다.
결론적으로, 항생제는 인류가 잠시 빌려 쓰는 소중한 자원이다. 지금처럼 아껴 쓰지 않는다면, 미래의 인류는 다시 가벼운 찰과상에도 벌덜 떨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세균이 영리해지는 속도보다 우리가 더 현명해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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