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잡을 수 없는 행동과 극단적인 발언을 거듭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한때 지지자였던 사람들과 참모들조차도 갈수록 “미치광이”로 묘사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지난 주 “오늘 밤 (이란)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위협, 12일 밤 교황을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 정책도 형편없는” 인물이라고 공격한 발언 등 뒤죽박죽이며 이해하기 어렵고 외설적이기까지 한 일련의 발언들에 많은 이들이 트럼프를 권력에 취한 정신 나간 독재자라는 인상을 갖게 됐다.
공개적이고 면밀한 우려 지속
미국 대통령의 정신적 안정성이 이토록 공개적이고 면밀하게 논의된 적은 없었다.
민주당은 그를 직무 수행 불가능을 이유로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좌파 당파, 심야 토크쇼 진행자, 정신 건강 전문가들만의 우려를 넘어 퇴역 장성, 외교관, 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나오며 심지어 트럼프 지지자였던 우파에서도 나온다.
트럼프와 결별한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란의 문명을 파괴하겠다는 트럼프 위협이 “강경한 수사가 아니라 광기”라면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주장했다.
극우 팟캐스터 캔디스 오언스는 트럼프를 “학살을 저지르는 미치광이”라고 불렀다.
극우 인터넷 방송 인포워즈 설립자 알렉스 존스는 트럼프가 “횡설수설하고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은 말을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함께 일했다가 이후 비판자로 돌아선 사람들도 트럼프의 정신 건강에 의문을 제기한다.
1기 트럼프 정부 백악관 법률 고문이던 타이 코브는 트럼프가 이란 문명 파괴 발언을 하기 전 “분명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며 한밤중 소셜 미디어에 계속 올리는 호전적 글들이 “정신 이상 수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전 백악관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도 지난주 “분명 상태가 좋지 않다”고 썼다.
이에 트럼프는 장문의 격앙된 소셜 미디어 게시물로 응수했다.
트럼프, 비판자들 “아이큐 낮다” 반격
오언스, 존스, 메긴 켈리, 터커 칼슨에 대해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낮은 아이큐”라고 썼다.
“그들은 멍청한 사람들이고, 자기들도 알고, 가족들도 알고, 다른 모든 사람들도 안다!…그들은 정신 나간 것들이고, 말썽꾼들이며, ‘공짜’에 싸구려 홍보를 위해 무슨 말이든 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우파의 반발은 트럼프의 대통령 직무 적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을 반영한다.
지난 2월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1%가 트럼프가 나이 들면서 더 불안정해졌다고 생각하며, “어려움에 대처할 정신적 능력을 갖췄다“고 답한 사람이 45%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최근 이 점을 계속 부각하고 있다. “극도로 병든 사람”(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정신 나간” 그리고 “통제 불능”(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완전히 미쳤다”(테드 리우 민주당 하원의원)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하원의원은 백악관 주치의에게 서한을 보내 “치매 및 인지 저하와 일치하는 징후”와 “갈수록 더 두서없고, 충동적이며, 외설적이고, 정신 이상적이며, 위협적인” 발작 증세를 지적하고 평가를 요구했다.
지자자들은 “전략적 행보” 옹호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행보가 전략이라고 옹호한다.
폭스뉴스 기고가인 리즈 피크는 ”트럼프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정확히 안다“면서 “거의 50년에 걸친 이란의 테러 행위를 종식시키기 위해 때로는 터무니없는 극대주의적인 군사·외교적 압박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도 지난 주 그의 정신 상태에 대한 기자 질문에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내가 등장하기 전까지 수년간 무역과 모든 면에서 뜯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아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2016년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부터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기 정부에서 가장 오랫동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 장군도 트럼프가 정신 질환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있었던 사례들이 많다.
존 애덤스, 앤드루 잭슨, 테드 루즈벨트와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들도 정적들로부터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에이브러햄 링컨은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우드로 윌슨은 뇌졸중 이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으며 린든 B. 존슨은 조울 증상을, 퇴임 후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인 로널드 레이건은 임기 말에 이미 정신적으로 쇠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정신 상태가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수준은 역대 대통령의 경우를 넘어선다.
미 프린스턴대 줄리안 젤라이저 역사학 교수는 ”닉슨을 제외하면 지금처럼 우려가 지속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젤라이저는 1970년대와 달리 소셜 미디어와 TV 덕분에 “모든 논의가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예의를 기본적으로 무시하는 트럼프는 닉슨보다 훨씬 더 분노를 마구 분출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고 덧붙였다.
장광설, 지어낸 말들, 사실 착각
2기 들어 트럼프는 욕설을 더 많이 하고 장광설을 펴고 있으며 사실이 아닌 발언을 일상적으로 한다.
트럼프는 아버지가 독일에서 태어났다고 거듭 말해왔으나 실은 브롱크스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똑똑한 사람임을 강조하기 위해 MIT 교수였던 삼촌이 유나바머를 가르쳤다는 이야기를 지어내 걸핏하면 자랑한다.
발언 도중 맥락을 벗어나 횡설수설하기 일쑤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페루의 독사에 대해 8분 동안 발언했고 내각 회의 중 펜 브랜드 샤피에 대해 길게 언급했으며 이란 전쟁 브리핑을 하다 말고 백악관 커튼 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혼동하고 거의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분쟁을 중재했다고 자랑하면서 캄보디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전쟁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들을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내란죄로 고발한다. 정신병력이 있는 아들에게 살해당한 롭 라이너 영화감독에 대해 자신을 반대했기 때문에 살해당했다고 주장했고 1기 때 특별검사로 자신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3세가 사망하자 “잘됐다, 죽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며칠 전에는 “이란의 새 정권 대통령”이 “전임자들보다 훨씬 덜 급진적이고 훨씬 더 지능적”이라고 말했으나 그러나 이란의 대통령은 바뀐 적이 없다.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떠올렸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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