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올리브영이 미국 시장 진출의 화려한 출발 뒤 예상치 못한 역풍에 직면했다.
지난 5월 29일 패서디나에 미국 1호 오프라인 매장을 개점하며 수백 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등 흥행에 성공했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미국 소비자들을 향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패서디나 매장은 개점 첫날부터 긴 대기줄이 형성되며 K뷰티 열풍을 입증했다. 올리브영은 이를 시작으로 LA 지역 핵심 상권에 추가 매장을 잇달아 열며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올리브영은 최근 미국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미국 온라인 스토어 론칭 이후 고객들의 솔직한 의견에 감사한다”며 “제품, 멤버십 프로그램, 프로모션, 전반적인 쇼핑 경험에 대한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또 “고객 경험이 최우선”이라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 의견을 경청하면서 미국 내 올리브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댓글창에는 사과문보다 더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anne_cara는 “우리는 미국 시장용으로 조정된 제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글로벌 올리브영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며 “미국 제품이 필요했다면 아마존에 가면 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 tiffanyyurixd는 “글로벌 올리브영을 돌려달라(Petition to bring back Global site)”고 주장했다.
기존 글로벌몰 이용자로 보이는 sharschmidt_는 “가장 큰 문제는 미국몰 이용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골드 멤버십 혜택을 잃었고 구매하던 브랜드 상당수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고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쇼핑할 수 있게 글로벌몰을 다시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단순한 서비스 문제를 넘어선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미국 신규 고객이 아니라 기존 충성 고객들의 반발이라는 점이다.
올리브영은 미국 시장에서 처음부터 새로운 소비자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수년 동안 글로벌몰을 통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해온 미국 내 K뷰티 마니아층이 존재했다.
그러나 미국 전용 온라인몰이 출범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누려왔던 구매 경험과 혜택, 상품 선택권이 오히려 축소됐다고 느끼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경쟁업체 이름까지 거론하며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댓글에는 예스스타일(YesStyle), 스타일코리안(StyleKorean), 야미바이(Yamibuy) 등 대체 쇼핑몰 목록이 공유되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쇼핑 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X 이용자 MJ는 “올리브영 미국 진출 발표 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미국에서는 세포라, 울타, 아마존 등이 사용한 화장품도 일정 조건 아래 환불을 허용하지만 올리브영은 미개봉 제품만 반품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기본적으로 환불 정책이 매우 관대한 시장”이라며 “환불도 어렵고 가격은 비싸며 할인 혜택도 부족한데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특히 “세포라와 울타, 아마존도 이미 K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왜 소비자가 굳이 올리브영을 이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미국 소비자들이 올리브영에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과거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려면 올리브영 글로벌몰이 사실상 주요 창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는 세포라, 울타, 아마존은 물론 다양한 K뷰티 전문 플랫폼까지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결국 소비자들은 “글로벌몰보다 혜택은 줄고, 환불은 더 까다롭고, 상품 선택권도 좁아졌는데 왜 미국몰을 이용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는 셈이다.
패서디나 1호점의 성공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미국 시장이 단순히 K뷰티 인기에 기대어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매장 앞에 줄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고객들이 계속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개점 일주일 만에 올라온 사과문은 올리브영 미국 진출의 첫 성적표가 단순한 성공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