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시 운전자의 생명을 지켜야 할 에어백이 오히려 금속 파편을 쏟아내며 운전자를 숨지게 하는 사고가 미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한국인 유학생도 위조 에어백 폭발로 턱뼈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발표를 인용해 ‘DTN’ 부품번호가 있는 에어백 팽창기가 미국 내 13건의 사고에서 파열돼 2023년 이후 현재까지 10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DTN은 중국 지린성에 위치한 에어백 팽창기 제조업체다.
문제가 된 부품은 충돌시 에어백을 부풀리는 대신 본체가 폭발하듯 파열되며 금속 파편을 운전자 얼굴과 목, 가슴으로 날려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가운데는 한국인 유학생 강씨도 포함됐다. 강씨는 2023년 10월 미국 텍사스에서 쉐보레 말리부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운전석 에어백이 터지며 팽창기가 파열됐고 금속 파편이 얼굴을 관통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아래턱 절반과 치아 상당수를 잃었으며 안면 재건 수술과 감염 치료 등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조사 결과 해당 차량에는 중고차 판매업자가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서 구매해 장착한 교체용 에어백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숨을 쉴 수 없었고 목에 무언가 걸린 것 같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NHTSA는 지난 4월 DTN 표기가 있는 에어백 팽창기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했다. 대상은 주로 2021~2022년 제조된 것으로 보이는 팽창기다. 하지만 업체 측은 이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지 않았고 문제가 된 제품은 자사 제품을 위조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NHTSA는 문제 부품이 불법적으로 유통된 데다 제조·수입·장착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일반적인 자동차 리콜 방식으로는 대응이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WSJ의 취재를 통해 일부 에어백 부품은 장난감이나 인형의 집 안에 숨겨진 채 미국으로 밀반입된 사실도 확인됐다.
조너선 모리슨 NHTSA 국장은 “정말 전례 없는 사례”라며 “충돌 시 사망이나 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이례적인 위험”이라고 말했다.
현재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에 문제의 부품이 장착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정비소에서 전문 점검을 받는 것뿐이다.
NHTSA는 중고차 구매자들에게 차량의 사고 이력과 에어백 전개 여부, 전손·도난 이력, 비공인 정비 이력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과거 에어백이 전개된 차량이라면 제조사 공식 서비스센터나 신뢰할 수 있는 정비업체에서 전문 점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