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외식업계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한인타운을 대표하던 식당과 문화공간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식당들은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해 건물주로부터 퇴거소송까지 당하며 매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치솟는 상업용 임대료에 인건비와 식자재 가격 상승, 소비 위축까지 겹치면서 한인 외식업계 전반에 생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한인들에게 친숙한 부에나파크 더 소스몰의 한인 푸드코트 ‘푸드소스'(Food Source)도 임대료를 내지 못한 강제 퇴거 위기에 몰려 있다.
건물주는 지난 2025년 7월 21일 운영사인 푸드소스 LLC와 한인 업주 등을 상대로 오렌지카운티 수피리어코트에 퇴거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장에 따르면 이 식당은 2019년 체결한 10년 임대계약에 따라 월 기본 임대료 2만9,976달러와 CAM(Common Area Maintenance) 비용 1만3,287달러를 합쳐 매달 4만3,264달러를 부담했다. 건물주는 체납액이 5만5,772달러에 이르자 ‘3일 내 임대료를 납부하거나 퇴거하라’는 통지를 했고, 이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사건은 진행 중이며 법원의 최종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건물주는 식당 운영법인 B&C Food Inc.와 한인 업주 등을 상대로 퇴거소송을 제기하며 미납 임대료 4만3,860달러와 건물 인도, 변호사 비용 등을 청구했다. 건물주는 2025년 10월 10일 ‘3일 내 임대료를 납부하거나 퇴거하라(3-Day Notice to Pay Rent or Quit)’는 통지를 했지만 기한 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역시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미 문을 닫은 한인 식당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LA 한인타운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사랑받아온 인터크루(Intercrew)가 5년 만에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
윌셔가와 카탈리나 스트리트에 위치한 인터크루는 단순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넘어 아시아계 예술가와 음악가, 디자이너, 창업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허브 역할을 해왔다. 팝업 행사와 공연, 브랜드 협업,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인타운을 기반으로 한 젊은 창작자들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운영진은 지속적인 상업용 임대료 상승과 인건비, 원자재 가격 인상, 팬데믹 이후 변화한 외식업 환경을 폐점 이유로 꼽았다. 한인타운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만두 전문점 창화당(CHD Mandu)도 한인타운 매장 영업을 종료했다.
창화당은 한국식 지짐만두와 찐만두를 앞세운 캐주얼 다이닝 브랜드로 한때 LA 한인타운과 어바인 두 곳에서 영업했지만 현재 한인타운 매장은 ‘영구 폐업(Permanently Closed)’ 상태이며, 어바인점만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인 업계만의 현상이 아니다.

음식 전문 매체 Eater LA가 발표한 2025년 연말 폐업 사례에는 잉글우드의 Sip & Sonder, 마리나 델 레이의 Brennan’s, 컬버시티의 Helms Bakery, 플라야 비스타의 Superfine Playa, 디저트 브랜드 Sprinkles 등 LA를 대표하던 식당과 카페들이 대거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높은 상업용 임대료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식자재 가격 상승, 팬데믹 이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외식 수요까지 겹치면서 독립 식당들의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인 식당들은 한인타운과 대형 쇼핑몰 등 핵심 상권에 입점한 경우 월 수만 달러에 달하는 임대료와 CAM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외식 횟수는 줄고 가격에 대한 민감도는 높아지면서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건물주와의 협상을 통해 위기를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임대료 체납이 곧바로 퇴거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푸드소스와 강남 코리안 BBQ는 아직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영업 기반 자체를 잃을 수 있는 퇴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미 인터크루와 창화당은 문을 닫았고, 푸드소스와 강남 코리안 BBQ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폐업과 퇴거 위기가 잇따르는 현실은 단순히 몇몇 업소의 경영난을 넘어, 치솟는 임대료와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인 외식업계 전반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