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 당국이 영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한 위장결혼과 결혼 이민 사기에 철퇴를 내리고 있다. 돈을 주고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하거나 실제 부부인 것처럼 서류와 사진을 조작해 영주권을 취득하는 행위가 주요 단속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단순히 위장결혼 당사자만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시민권자 모집부터 결혼 주선, 허위 이민서류 작성과 인터뷰 준비까지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브로커와 조력자들을 겨냥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방 법무부는 12일 10년 넘게 미 전역에서 1,000건 이상의 위장결혼을 알선해온 대규모 이민사기 조직을 적발하고 관련자 11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연방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최소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영주권 취득을 원하는 외국인과 미국 시민권자를 연결해 위장결혼을 성사시킨 뒤 이를 토대로 영주권을 신청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위장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려 한 외국인은 주로 중국 국적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의 본거지는 뉴욕이었지만 범행은 뉴욕에 국한되지 않았다.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켄터키, 테네시, 조지아, 플로리다 등 미 전역은 물론 중국과 바누아투 등 해외에서도 위장결혼을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영주권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위장결혼과 영주권 신청 지원 대가로 최대 1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위장결혼 상대가 되는 미국 시민권자에게는 최대 3만달러를 지급했다. 시민권자를 모집한 모집책에게도 1명당 최대 5,000달러의 수수료가 돌아갔다.
연방 검찰은 이 같은 방식으로 수백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위장결혼에 동원됐으며 조직이 벌어들인 돈은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법도 치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일부 위장결혼 당사자들은 결혼허가증을 발급받기 직전에야 처음 만났다.
그러나 이후 실제 부부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가짜 결혼식을 열고 사진을 촬영했으며 공동 은행계좌와 공과금 계좌를 개설하거나 부부 공동 세금보고서를 제출하고 보험에도 함께 가입했다.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이 결혼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구하면 조직 관계자들이 위장부부에게 예상 질문과 답변까지 교육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결혼식 사진부터 금융·세금·보험 기록까지 실제 결혼생활을 하는 것처럼 꾸며 이민 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려 했다는 것이다.
연방 당국은 이번 사건에서 위장결혼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하나의 사업으로 만든 알선 조직 전체를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외국인 고객을 모집하고 전체 과정을 관리하는 알선책을 비롯해 미국 시민권자를 찾아내는 모집책, 이민서류 작성에 관여한 인력 등이 수사망에 포함됐다.
연방 검찰은 결혼 주례자와 변호사, 세금보고 대행업자, 보험 관계자 등 각종 서비스 제공자들도 위장결혼 과정에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 법무부는 12일 관련자들을 체포하는 동시에 뉴욕 브루클린 선셋파크와 퀸즈 플러싱 등 여러 장소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기소된 피고인은 모두 11명으로 이들에게는 위장결혼 및 이민사기 공모 혐의와 외국인의 미국 내 불법 체류를 조장하기 위한 공모 혐의 등이 적용됐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위장결혼 및 이민사기 공모 혐의는 최고 5년, 불법 체류 조장 공모 혐의는 최고 10년의 연방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국토안보수사국(HSI), 연방수사국(FBI), USCIS 사기탐지·국가안보국, 미 육군 범죄수사국 등이 합동으로 수사하고 있다.
연방 법무부는 이번 사건을 미국 역사상 기소된 위장결혼 사기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규정했다.
토드 블랜치 연방 법무부 부장관은 “법무부는 이민 시스템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사기를 뿌리 뽑고 있다”며 위장결혼을 이용해 외국인들이 불법적으로 이민 혜택을 얻도록 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USCIS 역시 위장결혼 조직과 이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주도자들에 대한 단속 의지를 강조했다.
이번 대규모 기소는 결혼을 영주권 취득 수단으로 악용하는 조직적인 이민사기에 대해 연방 당국이 수사와 단속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다만 법무부는 기소 내용은 혐의이며 피고인들은 법원에서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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