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 통상협상을 이끌어온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전격 직권면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면직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한미 관세·통상협상 성과에 대한 문책보다는 여 본부장 개인과 관련된 별도의 문제가 인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15일 0시를 기해 여 본부장이 직권면직됐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산업부 통상정책국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다시 발탁됐다.
특히 미국무역대표부(USTR)를 상대로 농산물 등 비관세 장벽을 비롯한 민감한 대미 통상협상을 총괄해 온 핵심 인사다.
때문에 당초 그의 갑작스러운 교체를 놓고 최근 대미 협상 과정이나 성과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와 산업부 주변에서 전해지는 분위기는 이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여 본부장의 직권면직이 한미 관세협상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도 한미 통상 현안이나 협상 성과보다는 업무 외적인 개인적 사안이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 것은 이례적인 인사 방식과 시점이다.
여 본부장은 면직 직전까지 대미 통상 현안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협상 책임자를 후임 인선도 없이 갑작스럽게 직권면직한 것은 통상정책이나 협상 성과에 대한 일반적인 문책성 인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면직 이유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산업부는 여 본부장의 직권면직 사실만 공개했을 뿐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도 면직 배경을 묻는 질문에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 역시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여 본부장은 면직 이후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이 실제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고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이 같은 여 본부장의 반응 역시 이번 인사가 단순한 통상협상 성과 평가와는 다른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개인 비위나 구체적인 문제는 없다. 일부에서 개인적 사안이나 비위 연루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직권면직 사유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정부가 대미 통상협상을 총괄하던 여 본부장을 갑작스럽게 직권면직했고, 구체적인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 협상과 무관하다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과 여 본부장이 직접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고 나선 점 등을 종합하면 이번 인사의 배경은 대미협상 성과보다는 여 본부장 개인과 관련된 별도의 사안에 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정확한 직권면직 배경이 공개되지 않는 한 여 본부장을 둘러싼 의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