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전제로 미국 성인에게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결정해 지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공화당 지도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왔다.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트럼프 배당금(Trump Dividend)’ 지급 계획에 대해 “의회가 움직여야 한다”며 실제 지급에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고 AP와 Axios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달라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이 연방 하원과 상원을 모두 지키면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것에 비유하며 “공화당이 이기면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 이기고 5,000달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지급되는 돈은 미국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지급 계획이 실제로 추진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3일 아일랜드를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5,000달러 지급에 대해 “진행될 것”이라며 막대한 관세 수입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Reuters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리가 너무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자금을 마음대로 국민에게 나눠줄 권한은 없다는 점이다.
미 헌법 제1조 9항에는 법률에 따른 세출 승인 없이는 연방 재무부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결국 5,000달러 현금 지급을 위해서는 의회가 지급 근거와 재원을 포함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승인해야 한다.
존슨 의장은 CNN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그는 의회가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ABC ‘디스 위크(This Week)’ 인터뷰에서도 존슨 의장은 “문제는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느냐, 그리고 미국인들의 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돌려주기 위한 법안을 어떻게 통과시키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NBC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서는 5,000달러 지급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확답 대신 “의회가 이 문제를 검토하고 다른 모든 사안과 마찬가지로 합의를 찾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공화당 상원 지도부의 반응도 냉담하다.
Axios는 14일 공화당 상원의원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5,000달러 지급안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아직 구체적인 지급안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며 지급 대상과 전체 비용, 재원 조달 방식 등을 의회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미국의 성인 시민에게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할 경우 전체 비용은 대략 1조2,000억∼1조3,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FactCheck.org는 약 1조2,000억달러가 필요하며 현재 수준의 관세 수입만으로 이 금액을 충당하려면 6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수입뿐 아니라 정부 투자 수익 등 다른 재원도 거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급 법안이나 재원 조달 계획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재정 악화 우려도 크다. AP는 5,000달러 지급안이 1조달러를 훌쩍 넘는 비용을 필요로 해 이미 약 1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연간 연방 재정적자를 더욱 확대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관세 수입을 활용해 미국인들에게 2,000달러의 ‘관세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실제 지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ABC뉴스는 당시 약속이 나온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지급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고 국민에게 지급된 돈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5,000달러 지급 공약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다고 곧바로 집행되는 구조가 아니다.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더라도 지급 대상과 재원, 세출 규모를 담은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켜야 한다. 여기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국가부채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실제 5,000달러 수표가 국민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상당한 정치적·재정적 장벽이 남아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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