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 조사, 성폭행 책임 인정된 16명 중 퇴학 단 2명…코넬대 솜방망이 징계 파문
코넬대학교에서 성폭행 피해를 당한 한인 여학생이 대학 측의 부실한 징계 실태를 폭로했다. 대학 자체 조사에서 가해 남학생의 성폭행 책임이 인정됐는데도 퇴학은커녕 정학조차 받지 않았으며, 반성문 작성 등 가벼운 징계만 받고 정상적으로 졸업했다는 것이다.
CNN은 지난 14일 코넬대 졸업생인 한인 여성 케이시 리(Kacey Lee)가 재학 당시 겪었던 성폭행 피해와 대학의 미온적인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리씨는 2022년 코넬대 재학 중 다른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학의 성폭력 조사 절차인 타이틀 나인(Title IX)에 정식으로 신고했고, 2023년 3월 대학 조사위원회는 해당 남학생에게 성폭행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학이 내린 징계는 서면 경고와 반성문 작성, 징계성 보호관찰에 그쳤다. 정학이나 퇴학 처분은 없었으며, 가해 남학생은 불과 두 달 뒤 졸업했다.
특히 대학 조사위원회는 남학생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악의적인 의도로 행동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리씨는 CNN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반성문을 쓰는 정도로 끝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그는 “성폭행을 저질렀는데 숙제를 하나 더 내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성폭행 책임이 인정된다면 최소한 정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리씨는 최근 뉴욕매거진의 여성 전문 매체 더컷(The Cut)에 직접 기고한 글에서도 코넬대의 성폭력 대응 시스템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CNN의 조사 결과 이 같은 솜방망이 징계는 리씨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CNN이 2020년 중반부터 2024년 중반까지 코넬대에 공식 접수된 성폭행 관련 사건 51건을 분석한 결과, 성폭행 책임이 인정된 학생 16명 가운데 실제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은 단 2명에 불과했다.
6명은 정학 처분을 받았지만, 7명은 서면 경고와 징계성 보호관찰, 추가 교육, 반성문 작성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나머지 1건은 항소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
성폭행 책임이 인정된 학생 가운데 퇴학 비율은 12.5%에 불과했으며, 약 44%는 정학이나 퇴학 없이 징계가 마무리된 셈이다.
이번 폭로는 한인 학생 윈스턴 리(Winston Lee) 등이 연루된 코넬대 카이 파이(Chi Phi) 사교클럽 집단성폭행 의혹 사건으로 대학 측의 대응이 거센 비판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케이시 리씨의 피해 사건은 카이 파이 사건과 별개지만, 그는 최근 집단성폭행 의혹 사건이 알려지면서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리씨는 CNN에 “이번 사건이 단 한 번의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했다”며 코넬대의 성폭력 대응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코넬대는 성폭력 신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규정에 따라 조사와 징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마이클 코틀리코프(Michael Kotlikoff) 코넬대 총장은 대학의 대응 실패를 인정하고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대학은 사교클럽 파티를 금지하고 외부 전문가를 통한 독립적인 조사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한인 여학생의 공개 증언에 이어 성폭행 책임이 인정된 학생들조차 대부분 퇴학을 피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코넬대의 성폭력 징계 제도 전반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