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지만 실제 푸틴의 초호화 자산들은 은닉되어 있어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CNN은 17일 러시아 전문가들이 푸틴의 재산에 대해 “말 그대로 서류상 흔적이 없다”고 한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푸틴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과 정확한 재산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1000억 달러(약 121조23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수년간의 소문에 따르면 푸틴은 흑해 연안에 위치한 5340평 상당의 초대형 저택 ‘푸틴의 궁전’을 보유했다. 이 저택은 1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며, 알렉세이 나발니 러시아 야당 지도자의 반부패 단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이곳은 원형경기장, 지하 하키링크, 개인항구 등을 갖췄고 상공은 비행금지구역, 주변 해역은 항해금지구역이다.
이와 함께 ‘푸틴의 요트’라 불리는 1억 달러 상당의 호화 요트 ‘그레이스풀’도 소유했다. 이외 3척의 요트가 더 있고 항공기도 58종이나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러시아 최대 투자사였던 허미티지 캐피탈 관계자는 2017년 미 의회에 출석해 푸틴의 재산이 24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공식 금융 공시를 통해공개한 바로는 매년 14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벌고 22평 규모의 작은 아파트를 가졌다.CNN도 푸틴과 궁전 또는 요트와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크렘린궁은 푸틴의 숨겨진 재산에 대한 보도를 일축하기도 했다.
러시아 부패 전문가 네이트 시블리는푸틴이 정부 급여로 절대 누릴 수 없는 호화 자산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과거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푸틴의 궁전’은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의 자금으로 지어진 것인데, 푸틴은 그들의 부패를 눈감아주는 대신 그들과 부를 공유해왔다는 설명이다.
시블리는 “푸틴이 그의 경력 초기 이러한 수단으로 숨겨진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일부 러시아 전문가들은 푸틴이 서방의 제재로 인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도 했다.공식적으로 공개된 재산 이외에는 모두 차명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이른마 ‘판도라 페이퍼’에 따르면 푸틴의 연인으로 보도된 한 여성은 모나코에 410만 달러(약 49억7576만원) 상당의 4층짜리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이 여성은 스키장을 비롯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고급 아파트 몇 채, 요트 한 척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전 아내는 프랑스 남부에 고가의 빌라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자금세탁에 관한 책 ‘클렙토피아’의 저자 톰 버지스는 “재산이나 다른 소유물이 그의 명의가 아니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버지스는 푸틴을 대부에 비유했다.그는 “푸틴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며 “올리가르히들이 아무리 영향력이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들은 결국 푸틴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푸틴의 측근들 중 몇몇은 푸틴이 집권하는 동안 러시아 밖에서 비밀리에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계좌가 서로 감춰져 있어 유령회사, 역외금융, 은닉거래로 이뤄진 복잡한 거미줄이 그들의 부를 가리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대서양 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조세피난처에 숨겨져 있는 재산이 가장 많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추산되는데, 평균적으로 세계 GDP의 10%가 해외에 있으나 러시아는 2015년 기준 60% 상당이 해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검은 돈의 4분의 1이 푸틴과 올리가르히들에 의해 간접 통제되고 있으며 이것이 미국에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부패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의 미국 사무국장 게리 콜먼은 제재 시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언젠가는 벽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에 제재 시도가 매우 어렵다. 말 그대로 서류상 흔적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