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내티 미술관 관장, ‘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서 미세한 균열 발견
균열 아래 ‘하얀색 물감’ 수상히 여겨 조사…숨겨진 초상화 찾아내
폴 세잔 초기 자화상으로 추정, 추후 추가 분석·연구 진행될 예정
‘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에는 빵과 달걀, 그리고 식기들만 있던 게 아니었다. 작품 아래에는 화가 폴 세잔 본인으로 추정되는 초상화가 숨어 있었다.
CNN은 15일 ‘현대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이 1865년 그린 ‘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 아래 157년간 숨겨져 있던 비밀에 대해 보도했다. 원판 작품 아래에는 폴 세잔 본인으로 추정되는 초상화가 있었다.
신시내티 미술관 관장 세레나 유리는 봄 전시회에 걸렸던 ‘빵과 계란이 있는 정물화’를 정기 점검하던 중 미세한 균열을 발견했다. 157년이나 된 작품이니만큼 약간의 손상은 당연히 있을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세레나가 찾아낸 균열은 작품 전체가 아닌 특정 영역에만 국한됐다. 균열 사이로는 폴 세잔 작품 특유의 ‘어두운’ 색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하얀색 물감’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세레나는 균열과 균열 아래의 하얀색 물감에 대해 조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역 의료단체로부터 공수된 휴대용 엑스레이가 박물관에 도착했고, 포토샵을 사용해 작품의 엑스레이 스캔을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원판 작품 아래에는 균열 사이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방대한 영역의 ‘납 성분 물감’이 숨겨져 있었다.
해당 발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던 세레나는 무심코 스캔된 이미지를 90도 회전시켰다. 세레나는 탄성을 내질렀다. 회전한 이미지에서는 한 남성의 초상화를 명백히 관측할 수 있었다.
신시내티 미술관 관계자들은 작품 아래에 숨어 있던 초상화가 폴 세잔 본인의 자화상일 것으로 추측했다. 만일 추측이 사실이라면, 작품 아래의 초상화는 폴 세잔의 초기 자화상이 된다. 세잔은 생전 20여 점의 자화상을 남겼지만, 대부분이 1860년대 이후에 연필로 그린 작품이다. 1867년 작품인 ‘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보다 앞선 시기에 그려진 것이 분명한 ‘숨겨진 초상화’는 대부분의 폴 세잔 자화상보다 연도를 앞선다. 박물관 측은 폴 세잔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숨겨진 자화상에 대한 추가 분석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초상화가 숨겨진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론이 제기됐다. 세잔이 ‘예술적인 실험’을 했다거나, 단순히 ‘돈을 절약하기 위해’ 캔버스를 재활용했다는 추측에서부터, 급작스럽게 영감을 얻은 세잔이 자화상을 그린 캔버스에서 물감을 긁어내지 않은 채 위에 물감을 덧칠해 그림을 그렸다는 설도 제기됐다.
신시내티 미술관 측은 ‘빵과 달걀이 있는 정물’을 오는 20일부터 다시 정상 전시할 예정이다. 박물관 측은 X선 형광 분광법과 같은 수단을 동원해 구체적으로 어떤 색이 쓰였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세레나 역시 박물관 성명을 통해 “초상화는 세잔이 처음으로 캔버스 위에 그렸을 때부터 그곳에 쭉 있었고, 어디로 도망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