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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타임스케치] 대통령 될 수 없는 머스크, 무엇을 원하나

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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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칼럼니스트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은 민중의 저항을 이끄는 책 ‘호민론(豪民論)’을 썼다. ‘천하에 두려워할 바는 오직 민중뿐인데, 윗자리에 있는 자들은 왜 민중들을 업신여기고 가혹하게 부려먹는가?’ 라며 민중을 ‘항민’(恒民), ‘원민’(怨民), ‘호민’(豪民)의 세 부류로 나눴다.
항민은 관의 지시에 순종하면서 사는 계층, 원민은 관의 착취에 원성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계층, 호민은 분개하는 마음을 품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저항하고 일어서는 계층을 말한다. 말하자면 홍길동이 바로 그런 호민이었다. 그러나 허균은 혁명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모반죄로 능지처참을 당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비슷한 듯 다른 호민의 역사가 있었다. 공화정 시절의 로마는 집정관, 원로원, 평민회로 서로 견제하는 균형 잡힌 정치체제를 갖고 있었다. 집정관은 행정부의 수반이요, 원로원은 의회였고 평민회는 집정관의 독재권력과 원로원을 장악한 귀족 계급을 견제하는 호민관을 뽑았다.
즉, ‘호민관(護民官)’은 기득권의 폭력과 탐욕으로부터 민중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선출된 직이었다. 억압받는 사람을 보호하고, 가벼운 위법 행위는 사면해 주었으며, 시민의 적을 탄핵하는 구실도 했다. 그 외에도 집정관과 원로원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필요하면 정부의 기능을 멈추게 할 수도 있는 등 집정관에 맞먹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 호민관들 중 그라쿠스 형제가 있었다. 형 그라쿠스는 로마의 가난한 민중들에게도 토지를 공평하게 나누어 줄 토지개혁을 시도했다가 원로원에 의해 무산되고 암살되었다. 그 뒤를 이어받은 동생 그라쿠스 역시 더욱 푹넓은 사회 개혁정치를 펴려다가 살해되고 만다.

하지만 30여년 후 그들의 역사적 성과와 정신은 살아남아 시이저(Caesar)로 이어졌다. 흔히 독재자라고 비난받는 시이저는 민중의 벗이기도 했다. 그가 서민들의 빚 탕감 등 가난한 민중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려하자 이에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귀족정치의 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그를 ‘공화정의 적’으로 몰아 암살했다.

그러자 그라쿠스 형제 때와 마찬가지로 민중이 들고 일어나 암살자들을 추방함으로써 시이저를 역사의 승리자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그는 외형적으로는 집정관이었으나 내적으로 호민관의 역할을 한 셈이었다.
허균이 말한 호민의 ‘호’자가 호걸 호(豪)자에서 보듯 재력과 권세를 지닌 자로 민중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 자를 뜻한다. 로마 호민관의 ‘호’자는 도울 호(護)자로 피지배권을 보호하고 도우면서 지배권을 감독하는 관직을 말함이니 글자는 서로 달라도 민중을 대변하고 기득권 세력과 싸운다는 의미에서 일맥상통한다 할 수 있겠다.

테슬라CEO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됐다. 정부 조직을 효율화하고 관료주의를 해체하기위해 선택된 일종의 ‘기업 호민관’으로써 반관료주의 타파를 위한 트럼프 정부개혁의 칼자루가 된 것이다.
헌데 실리콘밸리에서 오래 전부터 미래 예견과 재정관리 능력에 정평이 나있던 일론 머스크를 가리켜 전기자동차 전문지 편집장 찰스 모리스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이상주의자’라고 했다. 미국의 개혁을 넘어 세계까지도 염두를 두고 있다는 말일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그가 이제 막강한 권력까지 쥐고 개혁 수술의 메스를 든다. 그 결과가 몹시 귀추되지만 그도 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균의 호는 교산(蛟山)이다. 이무기 교(蛟)자. 어쩐지 ‘왕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혁명의 기치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머스크의 개혁의 칼사정이 같은 듯 다른 듯 겹쳐 보인다. ‘진정한 권력은 절제’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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