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은 언제나 화이트와인의 계절이라고 말합니다.
시원한 샴페인, 청량한 소비뇽 블랑, 산뜻한 로제 한 잔이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해가 길어진 어느 저녁, 아직 따뜻한 바람이 천천히 불어오는 테라스에서 문득 레드와인이 생각나는 순간도 있지요. 무겁고 진한 겨울의 레드가 아니라, 바람처럼 가볍고 붉은 과일 향이 은은하게 번지는 한 잔.
올여름, 레드와인을 조금 다르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무더운 계절을 위한 레드와인 6종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여름에 어울리는 중요한 기준은 무겁지 않은 바디감, 과하지 않은 타닌, 적당한 산도, 그리고 마시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를 꼽을수 있겠네요. 일반적인 레드보다 화이트처럼 섭씨 13-16도 정도로 살짝 차갑게 서빙하면 여름 레드의 매력이 더욱 살아납니다.
Hiyu Wine Farm
오레곤 컬럼비아 리버 고지에 자리한 바이오다이나믹 농장 Hiyu Wine Farm은 필드 블렌드 방식으로 만드는 실험적인 내추럴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Tzum은 여러 품종을 한 밭에서 함께 수확해 함께 발효하는 필드 블렌드 뀌베로 매 빈티지마자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가볍고 투명한 바디에 붉은 베리, 허브, 꽃 향이 층층이 올라오고 살짝 차갑게 해서 마시면 여름 저녁 야외 테이블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 어렵습니다. 싱그러운 꽃향기와 함께 내츄럴 와인 특유의 약간의 두엄향도 올라오기에 호불호가 조금 갈릴순 있지만 정말 매력적인 와인이라고 생각해서 넣어 보았습니다.
추천 페어링: 두부요리, 그릴에 구운 채소, 샤퀴테리, 연어구이

프랑스 Jura 지방의 내추럴 레드와인 Trousseau & Poulsard
알프스 산맥과 가까운 쥐라 지역은 최근 가장 주목받은 내추럴 와인 산지 중 하나입니다. 풀사르 (Poulsard) 품종은 로제에 가까울 정도로 연한 색과 붉은 자두, 크랜베리, 흙내음, 은은한 산화 뉘앙스가 매력적이며 산도가 높아 여름철 차갑게 마시기에 아주 적절합니다. 트루소 (Trousseau) 품종은 풀사르에 비해 조금 더 스파이시하고 구조감이 있으며 타닌이 부드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많은 떠오르는 신성같은 생산자들이 있지만 Domaine Overnoy-Houillon, Philippe Bornard, Domaine de la Tournelle 생산자들을 추천합니다.
추천 페어링: 차가운 파스타 샐러드, 훈제연어, 콩테 치즈
이태리 피에몬테 지방의 랑게 네비올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의 동생격인 랑게 네비올로는 같은 품종이지만 (네비올로 품종) 오크 숙성을 최소화하고 더 어린 밭이나 포도나무에서 나온 포도로 만들어 훨씬 가볍고 접근성이 좋습니다. 바르바로스코와 바롤로의 절반내지는 절반 이하의 가격이지만 접근성이 좋아 부담없이 구매하여 마시기 좋습니다. 네비올로 품종 특유의 장미, 타르, 붉은 체리 향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가벼운 바디와 산뜻한 산미 덕분에 화이트 와인과 같이 살짝 칠링해서 마셔도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추천 생산자는 Produttori del Barbaresco, Giuseppe Mascarello, Vietti 등이 있겠네요.
추천 페어링: Salami, Tomato Bruschetta, Grilled Chicken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 (Bourgogne Rouge)
여름 레드 추천 리스트에 부르고뉴 피노누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랑크뤼나 프리미에 크뤼처럼 진지한 와인이 아닌 지역 단위이 부르고뉴 루즈 (Bourgogne Rouge) 혹은 빌라쥬 단위 와인을 고르면 붉은 과실 향과 산뜻한 산미가 살아있는 스타일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꽃, 체리, 딸기향과 높은 산미는 여름 저녁식사와 훌륭한 궁합을 보여줍니다. 빌라쥬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지만 (100$+) 부르고뉴 피노누아를 빼고 여름 레드와인을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추천 페어링: 오리 가슴살, 버섯 리조또, 훈제연어
보졸레 크뤼 (Cru Beaujolais)
가메 품종으로 만드는 보졸레 크뤼 또한 부르고뉴 피노누아와 함께 여름을 대표하는 레드와인입니다. 특히 Morgon이나 Fleurie 같은 크뤼 보졸레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가벼운 타닌과 경쾌한 산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보다 조금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고 맛과 향 또한 프랑스 부르고뉴 기본급보다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추천 생산자로는 장 포이야드 (jean Foillard) 마르셀 라피에르 (Marcel Lapierre), 티빈 (Thivin) 등이 있습니다. 피노누아와 같이 붉은 과실과 꽃향기가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추천 페어링: 카프레제 샐러드, 닭튀김, 바베큐
이태리 시칠리아 섬의 에트나 로쏘 (Etna Rosso, Sicily)
시칠리아 에트나 화산에서 자라는 포도 네렐로 마스칼레제는 종종 지중해의 피노누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산토 특유의 미네랄리티와 붉은 과실, 허브 향이 어우러지고 바디는 가볍지만 높은 산도와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입니다. 추천 생산자로는 프랭크 코넬리산 (Frank Cornelissen), 테레네레 (Tenuta Delle Terre Nere)가 있겠네요.
추천 페어링: Grilled Octopus, Pasta
마무리하며
추천 드린 이 여섯 종의 와인들의 공통점은 과하지 않은 타닌과 높은 산미, 그리고 섬세한 아로마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13~16℃ 정도로 20~30분 냉장한 뒤 마시면 과실 향은 더욱 선명해지고 알코올 느낌은 보다 줄어들게 됩니다. 이번 여름에는 화이트와 로제 와인도 좋지만 레드와인으로 조금 다르게 즐겨보는건 어떨까요?
<제임스 김 와인 리뷰 전문가>
*** 스시뉴스LA에 와인 칼럼 연재를 시작한 제임스 김씨는 와인과 미식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널리 알려진 와인 리뷰 전문가다. 그는 “좋은 와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날아갑니다”라는 신념으로 전 세계 와이너리를 탐방하며 진정성 있는 리뷰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