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역에서 수천 건의 사이클로스포라(Cyclospora) 기생충 감염 사례가 보고되거나 조사되고 있는 가운데, 감염병 전문가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감염 위험은 현재까지 평소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과도한 불안보다는 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앤 리모인 박사는 캘리포니아는 중서부와 동부 일부 주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감염 증가 현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모인 박사는 “캘리포니아의 사이클로스포라 감염률은 정상 수준이거나 그 이하”라며 “LA와 캘리포니아에서 평소보다 많은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공중보건 당국은 1,600명 이상이 감염된 사이클로스포라 집단 발병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감염을 일으킨 특정 식품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이클로스포라는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소장에 감염을 일으키는 미세한 기생충으로, 주로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을 통해 전파된다.
리모인 박사는 이 질환이 매년 5월부터 8월 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며, 과거 사례를 보면 잎채소와 허브류를 비롯한 수입 과일과 채소가 원인으로 지목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물설사다.
리모인 박사는 “사이클로스포라는 매우 심한 물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증상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며 “설사가 오랜 기간 반복됐다가 호전되고 다시 재발한다면 사이클로스포라 감염을 의심해야 하는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복통,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구토, 식욕 저하,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인 식중독이나 바이러스성 장염은 수일 내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치료하지 않은 사이클로스포라 감염은 수주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증상이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양상을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리모인 박사는 설사가 장기간 이어지거나 반복적으로 재발할 경우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할 것을 권고했다.
사이클로스포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는 가능하지만 일반적인 위장관 검사에는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의사가 별도로 검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처방 항생제인 트리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상품명 박트림)이 사용되며, 설파 계열 약물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한 대체 치료법도 있다.

사이클로스포라는 노로바이러스와 달리 사람 간 직접 전파되지 않는다.
기생충은 감염자의 배설물을 통해 외부 환경으로 배출된 뒤 약 2주간 성숙 과정을 거쳐야 감염력을 갖기 때문에 대부분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할 때 감염된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은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환자 간 접촉보다 오염된 농산물을 중심으로 감염원을 추적하고 있다.
리모인 박사는 과일과 채소는 섭취 전 반드시 깨끗이 씻어야 하지만 세척만으로 기생충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이클로스포라를 “반짝이(glitter)”에 비유하며 “잎채소의 작은 틈새에 달라붙기 때문에 완전히 씻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감염 위험을 더욱 줄이고 싶다면 집단 발병 원인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포장 샐러드용 채소 대신 통 양상추를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리모인 박사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는 건강한 식단의 중요한 요소”라며 “이번 집단 발병 때문에 과일과 채소 섭취 자체를 피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