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서류미비자(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연방교통안전청(TSA)이 국내선 승객 정보를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공유하면서 8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확인돼 한인 사회를 비롯한 이민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ICE 내부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올해 2월까지 TSA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ICE가 체포한 인원은 800명을 넘어섰다. TSA는 이 기간 동안 3만1,000명 이상의 항공 승객 정보를 ICE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정보는 TSA의 ‘시큐어 플라이트(Secure Flight)’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됐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2007년 9·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 감시 명단과 승객 정보를 대조하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지만, 최근에는 이민 단속에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TSA가 전달한 정보에는 승객의 여행 일정과 탑승 시점 등이 포함돼 있어 ICE가 대상자의 이동 시간을 미리 파악한 뒤 공항에서 체포하거나 목적지에서 대기하는 방식의 단속이 가능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실제 체포가 공항 내부에서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출처: Dean Moses X (@Dean_Moses), 2026년 3월 23일
여기에 일부 공항에서는 ICE 요원들이 항공기 승무원에게 직접 특정 승객의 탑승 여부나 좌석 정보를 요청했다는 사례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이러한 방식이 국내선 여행 자체를 이민 단속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는 과테말라 출신 여성과 9살 딸이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려다 TSA의 신원 확인 과정에서 ICE에 인계돼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국토안보부(DHS) 산하 기관인 TSA와 ICE는 과거에도 국가안보 관련 정보를 공유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러한 협력이 일반적인 이민법 집행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추방 명령이 내려졌거나 이민 신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국내선이라고 해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공항에서는 신분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ICE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해 체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선 항공 이용이 사실상 새로운 이민 단속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공항 보안 시스템이 본래 목적을 넘어 이민 단속에 이용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