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웨이 시리즈 3연속 완패, 최근 26경기 21패를 이어오던 에인절스. 이어지는 애슬레틱스와의 4연전 첫날이었다. 오늘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1위에 올라 있는 애슬레틱스는 비록 5할의 승률이지만,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2026시즌 초반을 착실하게 풀어나가고 있는 팀이다.
경기 전 덕아웃 인터뷰에서는 낯선 얼굴이 마이크를 잡았다. 매번 옆에서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갔던 에리카 대신, 며칠 전 패트릭 오닐의 후임으로 합류한 켄트 프렌치가 처음으로 현장에 섰다. 13년간 에인절스 TV 중계의 한 축이었던 오닐이 지난 5월 13일 중계팀을 떠난 이후 첫 번째 덕아웃 마이크를 잡은 경기였다. 프렌치의 질문은 핵심을 찌르는 내용이었지만, 오랜 라포로 선수들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던 에리카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방송 부스의 새 얼굴이 팀과 호흡을 맞춰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확실히 어제와 달랐다. 적당한 볼륨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골프 퍼팅 게임기를 깔고 웃으면서 플레이를 즐기는 선수들도 있었다. 다저스에 3연패를 당한 직후임에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나름의 노력이 보였다.
반면 애슬레틱스 클럽하우스는 잔잔했다. 닉 커츠와 서너 명이 모여 조용히 잡담을 나누는 모습이 전부였고, 음악도 흐르지 않았다. 스태프들은 말없이 커피를 준비하며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도왔다. 조용하지만 집중된 분위기였다.

배팅 프랙티스에서 두 팀의 차이는 선명했다. 에인절스 타자들은 여전히 담장을 넘기는 타구가 드물었던 반면, 애슬레틱스 타자들의 공은 우익수, 센터, 좌익수 담장을 가볍게 훌쩍 넘겨버렸다. 과연 오늘 경기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 그 물음에 대한 답은 9회말에 나왔다.
에인절스 선발 월버트 우레냐와 상대 선발 J.T. 긴의 맞대결로 시작된 경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투수전으로 흘렀다. 그런데 투수전이라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일방적인 노히트 쇼였다. J.T. 긴은 1회부터 8회까지 에인절스 타선을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8이닝 노히트 — 에인절스 팬들에게는 굴욕에 가까운 침묵이었다.
9회초, 애슬레틱스가 먼저 1점을 뽑아냈다. 0-1.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것인가. 노히트 굴욕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야구는 27개의 아웃 카운트가 나오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9회말, 9번 타자 애덤 프레이저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안타. 노히트의 사슬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에인절스 스타디움에 작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다음 타자는 1번 잭 네토, 보통 초구를 노리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 2구를 참고 기다리다 3구째 같은 속도로 날라오는 93마일 싱커를 특유의 왼발을 비틀며 풀 스윙, 타구는 센터와 우익수 사이 하늘을 가르며 뻗어나갔고, 담장을 넘어갔다. 2점 끝내기 홈런.
에인절스 2, 애슬레틱스 1. 경기 종료.
8이닝 노히트의 굴욕이 한 순간에 극적인 역전승으로 뒤바뀌었다. 프레이저가 불씨를 살렸고, 네토가 마침표를 찍었다.
에인절스 스타디움에 오랜만에 터진 환호성이었다. 무기력하게 이어오던 연패의 고리를 끊는 시원한 워크오프.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