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비 예이츠가 아닌 라이언 제퍼쟌. 9회 초 마운드에 선 이름부터 이전과 달랐다. 그리고 리그 최고 수준의 커터볼을 앞세운 디트로이트 켄리 잰슨의 등장, 그러나 잰슨의 투구는 이제는 예전보다 살짝 무뎌진 그 구속으로 이어졌다. 19일(현지시간) 에인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 3연전 마지막 경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뭔가 어긋나 있는 하루였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앞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결승전이 정오에 열렸다. 프레스 박스에는 12시 20분이 지나서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들 카페테리아에 모여 결승전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매일같이 프레스 박스를 지키던 루벤도 이날만큼은 자리를 비웠다 — 하루를 쉬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나온다고 했다. 일요일 데이게임에, 월드컵 결승까지 겹친 탓인지 관중석은 유난히 썰렁했다. 이렇게 86도까지 올라간 더위임에도.

1회 초, 선발 라이언 존슨이 불안하게 출발했다. 타이거스 1번타자 케빈 맥고니글에게 리드오프 솔로 홈런을 내줬다. 존슨 본인도 경기 후 “커리어를 통틀어 리드오프 홈런을 맞은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 뒤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홈런을 맞고도 금방 안정을 찾았다”며 “포수 타일러 하이네만이 내 스터프에 대한 확신을 계속 심어줬고, 세션 때마다 지금 뭐가 보이는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추격은 2회부터 시작됐다. 에인절스는 2회와 5회, 6회에 각각 1점씩을 추가하며 3-1로 앞서갔다. 이 흐름 속에 5회, 놀란 샤누엘이 안타를 치며 무사 만루를 만들어낸 장면이 있었다 — 카페테리아에서 스페인의 결승골에 함성이 터져 나오던 그 순간과 겹쳤다.

같은 5회, 존슨은 두 개의 볼넷을 내주고도 딩글러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를 넘겼다. “그냥 이 공 하나를 정확히 던지자는 생각뿐이었다”며 “볼넷을 두 개 내주고도 전혀 밀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커맨드는 잘 되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커트 스즈키 감독은 이 장면을 두고 “딩글러(올스타)를 상대로 그렇게 쉽게 내주지 않더라”며 웃었다. “존슨이 그만큼 흥분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법을 배운 건 좋은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조 아델의 타석은 이날도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프리게임에서부터 슬럼프와 타순 유지 여부가 화두였던 호르헤 솔레어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배트에 공을 맞혀 타점을 만들어냈다. 스즈키 감독은 “박스스코어에는 안 나타나지만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한 부분”이라며 “이런 게 이기는 야구”라고 강조했다.
존슨은 5이닝 2피안타 1자책 5탈삼진으로 시즌 최고 수준의 투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확실히 상위권 투구였다”며 “여기(에인절 스타디움)에서는 공 하나만 삐끗해도 순식간에 두들겨 맞을 수 있는데, 오늘은 몸 상태도 좋았다”고 자평했다. 이어진 8회, 지난해까지 에인절스의 클로저로 활약했던 켄리 잰슨이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특유의 컷패스트볼만을 고집하는 투구 스타일은 여전했지만, 구속은 조금 줄어든 듯 보였다.

9회 초, 스즈키 감독은 커비 예이츠 대신 라이언 제퍼쟌을 마운드에 올렸다. 첫 타자로 나선 타이거스의 4번타자 라일리 그린에게 86마일짜리 스위퍼를 던졌고, 공은 우중간을 넘어갔다. 3-2. 세이브는 지켜냈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마무리였다.
경기 후 스즈키 감독은 제퍼쟌의 클로저 확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매치업을 보고 그날 가장 좋은 기회를 주는 투수를 쓸 것”이라며 특정 선수에게 클로저 역할을 못 박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존슨은 9회 홈런이 나온 순간을 어떻게 지켜봤을까. “승패 기록에 이름이 어떻게 남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며 “팀과 함께 경쟁하는 것이고, 결국 팀이 이기면 그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존슨은 시즌 첫 리드오프 피홈런과 함께 승리투수 타이틀을 함께 얻었다.
에인절스는 이 승리로 타이거스와의 홈 3연전에서 스윕만은 피했다. 팀은 곧바로 20일부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3연전에 나선다. 카디널스에는 라일리 오브라이언, WBC에 한국 대표팀으로 거론되었으나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제외됐던 선수가 있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