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절스 불펜투수 브렌트 수터는 가끔 세 아들을 스타디움에 데리고 온다. 오늘도 클럽하우스에서 삼형제가 모여 골프 퍼팅 연습기구에 공을 굴리며 환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수터는 하버드 대학에서 환경과학 및 공공정책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의 좌완투수다. 2012년 밀워키 브루어스에 지명되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고, 2016년 빅리그 데뷔 후 밀워키에서 7시즌(2016-2022)을 뛰었다. 이후 콜로라도 로키스(2023), 신시내티 레즈(2024-2025)를 거쳐 올해 2월 에인절스와 계약하며 불펜에 합류했다.

강속구보다는 정교한 제구와 변화구 조합으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로,이런 스피드로 이렇게 오랜동안 빅리그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투수다. 대한민국 초창기 MBC청룡의 유종겸투수나 최근으로 오면 두산베어스에 있었던 유희관선수가 생각난다. 별명은 “랩터(The Raptor)”. 야구장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캠페인 “Protect Where We Play”를 이끄는 등 환경운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에인절스 클럽하우스며 그라운드에서 가장 쾌활하고, 인사를 잘 받아주는 선수이기도 하다.
경기 시작 1분 전, 에인절스의 트레이드 소식이 날아들었다. 포수 로건 오하피와 투수 체이스 실세스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된다는 소식이었다. 에인절스가 받은 건 마이너리그 내야수 멕시코 출신 엔젤 아레돈도. 19세 유망주로, 14세였던 2021년 멕시코 디아블로스 로하스 아카데미에 입단해 16세였던 2023년 멕시칸리그에 데뷔했고, 17세이던 2024년 1월 텍사스와 국제 자유계약을 맺은 선수다. 올 시즌 싱글A에서 타율 .243, OPS .789 정도의 성적을 냈다. 42승66패로 AL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에인절스의 리빌딩 방향을 보여주는 첫 트레이드였다.

포수 공백을 재활에서 복귀한 트래비스 다노가 바로 채웠으며, 로건 오하피, 체이스 실세스와의 이별에 대해 “두 사람 다 내가 처음 왔을 때 두 팔 벌려 받아줬던 선수들이다. 둘 다 떠나는 걸 보는 게 쉽지 않다”며 “결국 둘 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2019년 트레이드를 겪었다며 “오하피에게 잘 될 거라고, 다시 자리 잡고 오랫동안 좋은 활약 이어갈 거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경기는 그레이슨 로드리게스의 선발 등판으로 시작됐다. 로드리게스는 5이닝 5피안타 2자책 2볼넷 6탈삼진, 98구를 던지며 시즌 평균자책점(8점대)에 비해 훨씬 안정된 피칭을 보이며, 3:2의 한점 승리의 상황에서 마운드를 불펜에 넘겨줬지만, 결국 또 릴리프 난조로 애스트로스에게 4:7로 홈 3연전을 스윕을 당했다.

커트 스즈키 감독은 경기 직전 터진 트레이드 소식에 대해 “따로 팀 전체에 얘기하진 않았다. 이건 야구의 일부이고, 나도 선수 시절 여러 번 겪어봤다. 선수들과 쌓아온 관계, 그게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하피에 대해서는 “환경이 바뀌는 게 그에게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실세스에 대해서는 “정말 좋은 불펜 자원이었다. 하지만 그와 3~4년간 쌓아온 관계, 그게 야구의 일부”라고 말했다.
경기 후, 들어간 클럽하우스엔 오하피와 실세스가 앉아있던 라커와 네임텍이 모두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석승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