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자가 해외에 거주하는 부모를 초청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부모초청 이민을 폐지하는 법안이 연방 상원에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부모뿐 아니라 시민권자의 성인 자녀와 형제·자매 등 상당수 가족초청 영주권이 사라지고 미국의 합법 이민제도는 가족관계보다 학력과 영어능력, 임금 등을 중시하는 능력·점수제로 크게 바뀌게 된다.
앨라배마주 공화당 토미 터버빌 연방상원의원은 지난 23일 ‘미국인 우선 이민법(Americans First Immigration Act·S.5485)’을 상원에 발의했다. 법안은 두 차례 낭독을 거쳐 상원 법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터버빌 의원실은 24일 법안의 주요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가족초청 이민의 대폭 축소다.
현행 이민법상 만 21세 이상 미국 시민권자는 부모를 ‘직계가족(immediate relative)’으로 초청할 수 있으며, 이 범주는 연간 가족이민 쿼터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S.5485가 시행되면 가족초청 영주권의 중심을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제한하고 시민권자의 부모를 통한 영주권 취득 통로를 폐지한다. 시민권자의 성인 자녀와 형제·자매 등 기존 확대가족 초청 범주도 폐지 대상이다. 터버빌 의원실은 이를 가족이민을 ‘핵가족(nuclear family)’ 중심으로 재편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원에 이미 발의돼 있는 동일 법안 H.R.8586의 조문을 보면 변화는 더욱 명확하다. 법 시행 이후 미국 시민권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제출되는 영주권 청원서와 폐지되는 가족초청 범주의 신규 청원은 접수·승인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시에 현재의 취업이민 시스템도 대폭 손질된다.
법안은 기존 취업이민 우선순위 체계를 점수제 기반의 능력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해 학력과 영어 구사능력, 높은 임금의 취업 제안, 군 복무, 특별한 성취 등을 영주권 심사의 주요 기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추첨 방식으로 영주권을 제공하는 다양성 비자(Diversity Visa Lottery) 프로그램도 폐지한다.
터버빌 의원은 현행 이민제도가 이민 신청자의 능력과 미국 사회에 대한 기여 가능성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민은 특권이며 미국에 오는 사람은 법을 준수하고 사회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 상원 법안은 지난 4월 배리 무어 공화당 연방하원의원이 발의한 H.R.8586의 상원 동반 법안이다. 하원안 역시 부모초청을 비롯한 확대가족 이민을 없애고 취업이민을 점수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부모초청 이민이 당장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S.5485는 현재 상원 법사위원회에 회부된 법안 단계로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않았으며 현행 이민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미국 시민권자의 부모 영주권 초청도 기존 법에 따라 계속 가능하다.
향후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고 대통령 서명까지 받아 실제 법률로 확정될 경우 미국 이민제도의 오랜 축이었던 가족초청 중심 시스템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수 있어 한인 이민가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