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4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을 시작했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테헤란 관저에서 숨졌다. 향년 86세.
이란 관영 IRNA통신과 AP통신, BBC 등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테헤란 그랜드 모살라에서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거행했다. 하메네이의 시신은 공습 당시 함께 숨진 가족들의 시신과 함께 사흘 동안 그랜드 모살라에 안치된다.
이란 당국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그랜드 모살라 야외무대에서 하메네이 시신이 안치된 유리관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유리관은 이란 국기로 장식됐고 관 위에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임을 상징하는 검은 터번이 놓였다.
하메네이 시신이 안치된 야외 무대는 그가 생전 연설하던 호세이니예(시아파 강연장) 무대를 재현해 꾸며졌다.
하메네이의 관 아래에는 공습 당시 함께 사망한 가족 4명의 관이 자리했다. 사망자 중에는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배우자 자흐라 하다드 아델과 생후 14개월 된 손녀 자흐라 모하마디 골파예가니도 포함돼 있다.
그랜드 모살라에는 추모객들이 몰려들었다. 조문객들은 “미국에게 죽음을”, “이스라엘에게 죽음을”, “복수” 등 구호를 외치며 애도했다. 남성 조문객들은 시아파 장례식의 전통적인 애도 방식에 따라 박자에 맞춰 가슴을 치며 애도했다.
이란은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일인 4일 맞춰 장례를 시작했다. 당국은 장례 일정을 택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문객들이 외친 ‘미국에게 죽음을’은 1979년 이란혁명과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이후 이란에서 반복돼 온 구호다.
장례 현장에서는 ‘#KillTrump(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죽여라)’는 문구가 적힌 적힌 대형 깃발을 든 조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조문객 마수메 모하마디는 “하메네이는 우리에게 심장이자 아버지이자 모든 것이었다”며 “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이루기 전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에서 열리는 하메네이 장례식에 최대 20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례 현장에서 자원 봉사자들이 군중에게 물을 뿌려 더위를 식혔고 음식과 음료를 나눠줬다. 야외 무대 진입전 금속 탐지기 등 검색이 이뤄졌고 주변 거리에는 소총을 든 경찰들이 배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미국 독립 250주년 연설에서 이란이 일주일간 선포한 하메네이 애도 기간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착해서 장례를 치르라고 이란에 일주일 휴가를 줬다”고 말했다.
장례 일정은 오는 9일까지 엿새간 이어질 예정이다. 이란 당국은 5일 그랜드 모살라에서 하메네이와 가족들을 위한 장례 기도 행사를 개최한다. 6일에는 하메네이와 그 가족들의 시신을 테헤란 시내를 거쳐 이란 중부 시아파 성지인 곰으로 운구해 조문과 기도 등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
그 다음날인 7일 이라크로 운구해 나자프와 카르발라 등 시아파 성지와 거점을 돌며 장례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란 당국은 이라크 단체들의 요청에 따라 일정을 조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메네이가 시아파 세계 전반에 미친 영향력과 이란의 종교·정치적 네트워크를 상징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하메네이 장례식은 9일 이란 북부 시아파 성지이자 하메네이의 고향인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성지에 하메네이 시신을 안장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란 당국은 9일까지 전국적인 애도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4일 이란 전역의 도시들에서는 별도의 애도식이 열렸다.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모즈타바가 장례에 직접 모습을 드러낼지는 현재 불분명하다. 그는 3월 후계자로 지명됐지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음성 성명조차 내지 않고 있다. 하메네이가 숨진 2월28일 공습 당시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 NBC는 모즈타바가 부친인 하메네이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3일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