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이 어찌 이리 망가졌나.”(이원욱 의원)
“망가졌다고? 조선일보가 민주당의 기준인가.”(민형배 의원)
“그럼 계속 ‘설치는 암컷’이라고 하고 다닐까. 정치인이냐 유튜버냐”(전재수 의원)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밤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 논란’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속한 단체 채팅방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이원욱 의원이 이번 논란을 비판하자 민형배 의원이 “동의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의원들간 공방은 새벽 늦게까지 이어졌다. 앞서 이재명 대표까지 직접 나서 당내 막말에 무관용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사들은 전혀 자제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포문은 이원욱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우리 당이 어찌 이리 망가졌나”라며 “개탄스럽다”고 적었다. 이 의원은 최 전 의원 발언에 대한 여성단체 성명을 보도한 조선일보 기사를 함께 올렸다.
민형배 의원은 즉각 반박 글을 달았다. 민 의원은 “우리 당이 망가졌다니 조선일보가 민주당의 기준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최 전 의원 발언을 문제 삼은 언론 보도 자체가 문제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민 의원은 ‘문제의 발언’이 나온 당시 현장에서 웃음을 터뜨려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 의원 주장에 반박하는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지만, 민 의원은 ‘언론이 문제’라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쳤다.
오영환 의원이 “제발 특정 언론, 특정 보수단체, 특정 당내 소수 의견이란 이유로 명백한 잘못에 대한 비판마저 매도하지 말라”고 일침하자, 민 의원은 “과도하니까 문제다. 조선일보가 민주당을 공격하는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 의원은 “최근 잇단 논란 대응이 늦어진 게 당의 망가진 모습 아니냐”고 되물었다.
박용진 의원이 오 의원을 향해 “당을 사랑하고 더 나은 민주당을 바라는 의원님 진심을 존경한다”며 사태를 수습하려는 듯 했지만, 설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민 의원은 “우리 당이 망가졌다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당이 망가지길 바라는 조선일보식 시선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다”는 글을 계속해서 올렸다.
전재수 의원은 민 의원을 겨냥해 “(보도가) 과도하다고 말씀하시면 계속 ‘설치는 암컷’이라 하고 다닐까”라며 “공격할 빌미를 안 주기 위해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도대체 몇 번째냐. 쎄빠지게(힘들게) 골목길 돌아놓으면 한방에 다 말아먹고 제발 좀 말 좀 조심하자”며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말, 폭망하는 말 구분 못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대 의원은 “실수는 없는 게 좋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 실수도 없다”며 민 의원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여기에 전 의원은 “우리 당 의원 중 이 선거 국면에서 아무 것도 안하는 자가 있나. 누구냐”며 날선 답변을 달았다.
전 의원은 “제발 좀 신중하자”며 “생각나는 대로, 분노하는 대로 거칠게 다 쏟아낼거면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튜브하는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지도부 차원에서 당내 기강을 잡아달라는 당부의 목소리도 나왔다. 오 의원은 “선거 승리를 위한 균형 감각을 당의 중심인 지도부가 잃어선 안 된다”며 “각자 지역구에서 중도층 민심을 다질 수 있게 중심을 잡아달라”고 했다.
여성 의원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 전 의원은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민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가리켜 “암컷이 나와 설친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21일 최 전 의원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최 전 의원 발언을 ‘국민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규정했고, 이재명 대표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선 관용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