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으로 평가되고 있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홀로 전 영역 만점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진 유리아(19)양은 “기출문제를 최대한 많이 보고 분석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과거 친척들의 뇌질환을 보고 뇌과학에 관심을 가졌고 고교 진학 후 의예과를 지망하게 됐다고 전했다.
올해 수능의 유일한 전 영역 만점자인 유양은 8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양은 경기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용인외대부고)를 졸업하고 재수종합학원인 시대인재에서 공부했다. 유양은 선택과목으로 국어 ‘언어와 매체’, 수학 ‘미적분’, 탐구는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을 응시했다.
킬러문항 배제 듣고 ‘논란 없을 문제 오마쥬 할 것’
유양은 만점 소식에 “제 스스로도 수능 만점이라는 게 생각지도 못한 결과라 얼떨떨하고 실감이 많이 나지 않는다”며 “많이 놀라우면서도 기쁘다”고 했다.
유양은 시험이 오전 8시40분부터 시작하는 만큼 기상 시간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쉴 때는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는 등 정적인 활동을 이어갔다고 했다.
그는 “우선 루틴으로만 보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무조건 동일하게 유지해서 아침 공부를 익숙하게 하는 습관을 지키려고 했다”며, “수능시험도 아침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했다. 쉴 때는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활동적인 걸 하기보다는 아빠와 함께 OTT에서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를 보면서 리프레쉬(재충전) 했다. 아빠도 저도 추리나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를 좋아해서 같이 보며 쉬었다”고 밝혔다.
공부 비결로는 기출문제를 꼽았다. 특히 올해 6월 모의평가 직후 정부가 소위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겠다고 하자 기출문제에 더욱 집중했다고 전했다.
유양은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발표가 수험기간 중에 나와서 공부 방향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기출을 다시 볼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킬러문항이 배제된다면 평가원에서는 논란이 없을 만한 기존의 문제들을 오마주(모방)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출문제 푸는 양을 더 많이 늘려서 준비했다”고 밝혔다.
“국어 ‘골목 안’ 지문 까다로워…주어진 시간 최선”
유양은 “수능 당일에는 문제를 풀면서 이 문항이 ‘킬러문항이다, 아니다’ 판단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며 “그저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가장 시간을 많이 쏟은 영역은 국어를 꼽았다. 가장 까다로웠던 문제 역시 국어 28~31번 지문을 꼽았다. 박태원 단편소설 ‘골목 안’이 소재로 쓰였다.
유양은 “국어가 1교시에 보는 과목이라 이후 시험을 치르는 다른 과목에도 영향을 가장 많이 준다고 생각했다. 변수가 많은 과목이라고도 생각했고 시험을 치를 때 컨디션도 그렇고 잘 맞고 안 맞고 결도 다르기 때문”이라며 “그런 변수에 따른 영향을 최대한 줄이려면 공부량을 상대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 국어에 가장 많이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유양은 문법에 자신이 있었다며 국어는 언어와 매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탐구는 고등학교 3학년 내신과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풀이시간을 줄이고 시험 운영하는데 도움이 돼 ‘언어와 매체’를 선택했다. (수학) ‘미적분’은 통합형 수능 이전부터 당연히 선택하는 과목이라 생각했다”며 “지구과학은 고3 내신 당시 했던 과목이라 선택했다. 내신에서 함께 다뤘기 때문에 정시를 함께 준비하는데 수월했다. 생명과학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고 고3 때와 마찬가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의대 꼭 가고 싶어…정시 아쉬움에 재수”
유양이 다녔던 용인외대부고는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10개교 중 하나다. 고교 3학년 때는 수시와 정시를 모두 챙겼고, 정시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점이 재수를 택한 배경이라고 했다.
그는 “용인외대부고는 수시에도 강점을 가진 학교다 보니 고등학생 때 수시도 열심히 챙겼다. 지난해까지 수시 지원을 위해 자기소개서도 써야 하고, 정시 하나에만 집중하기에는 다른 활동들을 함께 하면서 수능이 끝나고 과목당 1~2문제씩 아쉬운 것들이 있었다”면서 “이럴 거라면 한 번 더 공부해서 정시를 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재도전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래 희망은 의사라고 답했다. 원래 뇌과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환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원하는 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의예과로 지망을 굳혔다고 했다.
유양은 “주변 친척분들이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 것을 보면서 (뇌과학을) 무섭기도 하면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더 많은 부분을 접했다. 의학을 공부하면 환자들을 임상으로 가깝게 만날 수도 있고, 원래 관심 분야와도 잘 맞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의예과로 지망학과를 정했다”고 전했다.
전날 채점 결과 발표 후 올해 수능 만점자가 서울대 의대는 가지 못한다는 점이 거론됐다. 서울대는 올해 정시에서 의과대학 지원 자격 조건으로 ‘물리학’, ‘화학’ 4과목 중 1개를 응시하라고 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양은 “제가 한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했다.
유양은 재수를 응원한 부모님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제가 생각해도 주말에 많이 쉬었는데 아무 말 안하고 이해해주시고 존중해주려고 하신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며 “끝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친구들에게는 아직 만점을 받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기사를 통해 소식을 알리는 점에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친구들도 놀라겠지만 저 스스로도 그것보다 더 놀란 상태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유양은 “수험 기간이 이제 끝이 났고 대학은 또 다른 생활이 될 것 같다”며 “가능하다면 가족들,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많이 가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