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가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미 정해진 대본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을 JP스포츠그룹 대표이사로 소개한 전 피에트로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에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관한 진실을 밝힌다”며 “저는 금전적인 이득이나 수수료, 어떠한 이익도 바라지 않고 대한민국 축구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적었다.
그는 “세간에 화제가 됐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마지막까지도 축구협회의 응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협회의 무례한 행태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결국 제가 르나르 감독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상황이 생겼다”고 했다.
2024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프랑스 축구협회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르나르 감독은 차기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간 잠비아, 앙골라, 코트디부아르, 모로코 등 아프리카 대표팀을 지휘했던 그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돼 사우디아라비아를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으며, 역대 외국인 사령탑 최다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전 대표는 이번 입장에서 “르나르 감독은 연봉과 거주 조건 등 모든 요구에 승낙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이를 무시했다”며 “언론을 통해 르나르 감독에 대한 허위 사실이 퍼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정해진 대본처럼 르나르 감독이 공정한 기회를 받기도 전에 홍명보 감독의 선임이 결정됐고, 이에 대한 협회의 불투명한 행정 절차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홍명보 선임 절차 잘못됐다 박주호·구자철 등 젊은 축구인들, 축협 맹비난
전 대표는 또 “유로 스페인 우승을 거둔 루이스 데 라 푸엔테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에이전트 등과의 만남도 제안했으나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에게서 아무런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유로 국가대표를 우승한 감독이 약 9억원을 받는데, 홍명보 감독이 그보다 더 큰 금액을 받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협회에서) 제게 공식 채널로 후보자 명단을 요청해와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감독이나 에이전트에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 대표가 이후 어떠한 연락도 없는 협회 측에 문의하자 “후보 리스트는 바뀔 수 있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협회의) 이상한 행정은 협회 내 더 깊은 문제가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지자체에서 예산을 받아 살림을 지탱하고 단 하나의 클럽에서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리그 발전을 위한 협조는커녕 리그 감독을 중간에 채어가는 협회가 무슨 축구 세계 대회 진출을 논할 수 있겠느냐”고 작심 발언했다.
전 대표는 “사람들은 제가 단순히 실패한 사업에 좌절한 에이전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비록 대기업 회장은 아니지만 한국 축구에 대한 제 걱정은 진심이기에 진실을 말함으로써 바로잡으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축구협회를 향해 “당신들은 한국 국민들을 바보로, 축구에 접근할 권리가 없는 사람들처럼, 정보를 통제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느냐”고 전했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오는 24일 현안 질의에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정몽규 회장,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등을 증인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제기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