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12·3 비상계엄’ 선포 등 행위를 두고는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최후 변론에서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제왕적 거대 야당의 폭주”를 국가 존립 위기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5분부터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제11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1시간8분 동안 최후 변론 성격의 ‘최종 의견’ 원고를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이 시작된 지 7시간이 지난 오후 9시5분이 돼서 대심판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국회 측 대리인단, 자신의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단을 대표하는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의 의견 진술이 모두 끝난 후였다.
“복귀시 개헌·정치개혁 집중…남은 임기 연연 않겠다”
윤 대통령은 최후 변론 말미에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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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는 이미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며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이 최후변론에서 개헌 구상을 밝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을 때 대리인단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도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개헌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행 헌법은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지려면 먼저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尹,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 강조
윤 대통령은 이날 A4 77쪽 분량의 원고를 토대로 12·3 비상계엄 선포는 거대 야당의 국헌 문란을 경고하기 위한 이른바 ‘계몽령’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직무에 복귀하면 다시 계엄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에도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로 이미 많은 국민과 청년들께서 나라 상황을 직시하고 나라 지키기에 나서고 계신데 그런 일을 또 할 이유가 있나”라며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비상계엄은 범죄가 아니고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합법적인 권한 행사”, “비상계엄이라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면 계엄법은 왜 있으며, 합동참모본부에 계엄과는 왜 존재하겠나”라는 발언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라며 “방송으로 전세계 전 국민에게 시작한다고 알리고 국회가 그만두라고 한다고 바로 병력을 철수하고 그만두는 그런 내란을 보셨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신의 내란죄 혐의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는 사전에 배포된 원고에 없던 즉흥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저 역시도 수사업무에 26년간 종사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여러 수사기관들이 무차별적으로 한 사건에 달려드는 꼴은 본 적이 없다”며 “비상 계엄에 투입된 군 병력이 총 570명에 불과한데, 불법적으로 대통령 한 사람 체포하겠다고 대통령 관저에 3000~4000명이 넘는 경찰력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과 거대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습니까”라고 했다.
죄송 단어 2번, 간첩 25번, 거대 야당 44번…野 공격에 상당 할애
윤 대통령은 진술 초반 “여전히 저를 믿어주고 계신 모습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진술 말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최후 변론에서 ‘죄송’이라는 단어는 이 2번이 전부였고 지지층과 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단서가 달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윤 대통령은 25번에 걸쳐 ‘간첩’을 언급하고 계엄 정당성을 강조하고 ‘거대 야당’이라는 단어를 44번 쓰며 야권이 비상계엄을 불법 내란으로 몰아가고 입법 독재와 폭주를 하고 있다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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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관련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며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소추인단이 자신의 탄핵심판 초반 변론준비기일 중 소추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삭제한 것을 두고는 “초유의 사기 탄핵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 등의 표현을 거론하며 자신이 아닌 야당이 오히려 국헌 문란을 저질렀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헌법적 권한은 국민을 위해 쓰라고 부여된 것”이라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그 권한을 악용한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이 정한 정당한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상징인 직선 대통령 끌어내리기 공작을 쉼 없이 해온 것”이라며 “직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줄탄핵, 입법 예산 폭거는 어느 면에서 보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겠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현행 ‘대통령 중심제’를 비판하는 용어 ‘제왕적 대통령제’를 빗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제왕적 거대 야당의 시대다. 제왕적 거대 야당의 폭주가 그 독재가 대한민국 존립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