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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내밀어 보세요”
한의원에 방문하면 한의사가 손목에 손을 대서 맥을 보고 진단하는 맥진을 하고, 혀를 내밀어 보라며 혀를 보고 진단하는데, 혀에서 어떤 정보가 나올까?
한의학에서 설진(舌診)은 환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중요한 진단 방법 중 하나이다. 설진은 혀의 색깔, 형태, 태의 상태 등을 관찰하여 신체 내부 장부(臟腑)의 기능 상태와 질병의 성질, 위치, 병세의 경중 등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흥미롭게도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에도 비슷한 진단법이 있다.
혀의 부위별 진단
혀의 각 부위가 특정 장부와 연결되어 있다고 봐서, 혀의 끝은 심장, 그 양쪽은 폐장이고 혀 중앙은 췌장과 위장이고 뿌리 부분은 소장과 대장이다. 중앙 부위인 위를 중심으로 우측 변두리는 간과 담낭, 좌측은 비장이고, 혀 뿌리 부분에서는 우측이 우측 콩팥, 좌측은 좌측 콩팥에 해당한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설첨(舌尖, 혀끝): 심장(心), 폐(肺)의 상태 반영. 만약 설첨이 홍색이면, 심화항성(心火亢盛)-심장에 열이 있어 불타는 타는 느낌이며 불면, 불안을 야기한다. 설첨에 혓바늘은 화병을 나타낸다.
-설중(舌中, 혀 중앙부): 비(脾), 위(胃)의 상태 반영. 만약 노란 황태가 있다면, 위열(胃熱) 또는 음식이 현재 정체 되있음을 나타낸다. 혀 중앙에 태가 벗거진 지도설은 위장장애를 나타낸다.
-설근(舌根, 혀 뿌리): 신장(腎), 방광(膀胱)과 관련. 만약 회색태나 검은 흑태가 보이면 신장 기능 저하 또는 수액 대사 장애를 나타낸다.
-설변(舌邊, 혀 옆면): 간(肝), 담(膽)과 연결되어 있다. 만약 홍색이면 간열(肝熱)- 간에 열이 있거나 또는 간기울결(肝氣鬱結)- 간의 기가 소통되지 않아 정체되어 있는 상태를 나타낸다. 우측 테두리에 치흔(이빨자국)은 간의 해독기능 저하나 만성피로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혀끝에서 중앙부위까지 홈이 파인 경우(crack)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이 많다. 우측 테두리가 울퉁불퉁한 경우 우측 견갑통이나 오십견, 더 나아가서 우반신의 문제, 좌측 테두리의 이상인 경우 좌반신에 문제를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중추성은 그 반대다. 예를 들면 중풍으로 인한 우반신 마비환자에게 혀를 내밀어 보라고 하면 혀가 좌측으로 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혀의 색깔(舌色, 설색) 진단
혀의 색은 기혈(氣血)과 장부의 상태를 반영한다. 혀에는 모세혈관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붉은 기운이 도는 분홍색에 가깝다. 만약 헤모글로빈에 산소가 결합되는 산화 헤모글로빈이 많아지면 진한 선홍색이 되고, 반대로 헤모글로빈과 산소가 떨어지는 환원 헤모글로빈이 많아지면 푸른 빛을 띤다. 만약 혀의 색이 푸른 청색을 띤다면 조직과 세포에 산소운반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어혈(瘀血) 상태로 본다.
- 담홍색(淡紅色, 정상적인 색): 건강한 상태.
- 창백한 색(淡白色): 혈허(血虛)- 피부족, 기허(氣虛), 한증(寒證)- 냉기 침착을 나타냄.
- 홍색(紅色): 열증(熱證) 또는 음허(陰虛)에 의한 내열(內熱).
- 진홍색(深紅色): 고열
- 자색(紫色): 어혈(瘀血), 혈액순환 장애
- 청자색(靑紫色): 한증(寒證)- 냉기, 기체(氣滯), 혈어(血瘀).
혀의 형태(舌形, 설형) 진단
- 혀의 크기, 두께, 강직도 등을 통해 질병의 상태를 파악한다.
- 정상적인 형태: 적절한 크기와 탄력.
- 부종된 혀: 습담(濕痰), 비장기능 허약, 수종(水腫).
- 마른 혀: 음허(陰虛)나 열증(熱證)으로 체내 수액이 부족할 때.
- 치흔설(齒痕舌, 치아자국이 있는 혀): 비장기능 허약, 습담(濕痰).
- 강직한 혀: 중풍(中風), 열증(熱證)으로 인한 내풍(內風).
- 떨리는 혀: 기혈허약(氣血虛弱) 또는 간의 잠재된 풍기운
혀의 태(舌苔, 설태) 진단
설태는 혀에 낀 이끼와 같다. 정상적인 경우는 태가 끼지 않고 단지 혀 점막의 색이 그대로 노출이 된다. 아주 가볍게 끼는 얇은 백태도 정상으로 본다. 그런데 태가 뚜렷한 색으로 낀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상 신호다.소화 기능과 병사(病邪)의 성질을 보여준다. 태의 색, 두께, 습윤 상태가 중요하다.
- 백태(白苔): 흰 태- 병의 기운이 막 침범, 한증(寒證)- 냉기
- 황태(黃苔): 노란 태- 열증(熱證), 특히 실열(實熱).
- 회태/흑태(灰苔/黑苔): 회색태나 검은 태- 심한 한열(寒熱) 상태, 양허(陽虛) 또는 음허(陰虛), 항생제 복용 후
- 박태(薄苔): 얇은 흰 태- 정상적인 상태
- 후태(厚苔): 두꺼운 태- 병사가 내부 장부에 침입한 경우, 음식 정체나 습담.
- 윤태(潤苔): 정상적인 윤기있는 수분 상태.
- 건태(乾苔): 말라 있는 태- 체내 음액 부족, 열증.
- 활태(滑苔): 물기가 많은 태- 습정체
- 박리태(剝苔): 벗겨져 있는 태, 벗겨진 곳이 지도처럼 보이는 태- 기혈허약(氣血虛弱), 위음부족(胃陰不足).
혀의 움직임과 기타 소견 진단
- 강직(强直): 열이 심하거나 중풍의 초기 증상.
- 진동(震顫): 기혈허약 또는 내풍(內風).
- 편측운동장애: 중풍(中風)으로 인한 신경 손상.
그래서 만약 인삼이나 홍삼을 가정요법으로 복용하고 싶다면 혀를 보고 자신의 병증에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인삼이나 홍삼은 온열(溫熱)한 약성을 띠기 때문에 혀의 색이 담백색이거나 약간 푸른빛을 띠는 경우에 적합하다.
만약 홍색이나 진홍색인데도 불구하고 복용한다면 불이 났는데 기름을 들이 붓는 격이다. 체질과 무관하게 그렇다.요즘 많은 분들이 자가진단을 통해서 건강식품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혀의 색이나 태의 상태를 보고서 약이 되는지 독이 되는지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의 설태가 황색이나 흑태이면서 동시에 태가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몸의 건강에 문제가 있고 병세가 악화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반대로 흑태였다가 점차 황태, 백태로 변한다면 몸이 점차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간혹 혀를 보면 태가 없이 일정 부분만 맨들거리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마치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을 경면설이라고 한다. 경면설(鏡面舌)은 위축성 설염인 경우에도 보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심열(心熱)이나 신수부족(腎水不足)으로 판단한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의 엔진오일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엔진을 과열시키는 것과 같다. 이런 상태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엔진이 과열되서 차가 퍼지는데, 이러한 문제가 우리 몸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혀를 보면 불규칙적인 모양으로 그림같은 무늬가 나타난다. 간혹 주변 가장자리에는 흰색 테두리가 있다. 이것을 지도설(地圖舌)이라고 한다. 지도설은 혀에 있는 유두가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위축이 되기 때문에 나타난다. 특별한 통증이나 자극감은 없다.지도설은 나타나는 부위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주로 혀 가운데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대부분 위장기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식욕이 없고 소화불량이나 배탈이 잦은 경우 더욱 그렇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위기(胃氣)와 위음(胃陰)이 부족해지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영양결핍으로 엽산이나 철분, 아연결핍 시에도 보인다.혀만을 보고도 건강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간혹 자신의 혀를 들여다 보자. 양치를 할 때도 습관적으로 관찰하자. 만약 평소와 다른 색이거나 태가 보이거나 모양이 이상하면 즉시 한의원이나 병원을 방문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혀는 오장육부를 들어다보는 창(窓)이다.
<제이슨 오 밸런스 앤 하모니 베버리 힐스 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