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25부서 이재용 무죄·유아인 실형 선고
‘화교 출신’ 가짜뉴스에 SNS 계정 털이까지
내란수괴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31기)에 대한 여야 지지자들의 민심이 뒤바뀌었다. 여당 지지자들은 “애국판사”라며 환호하는 반면, 야당 지지자들은 외모까지 들먹이며 비난 공세를 높이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친야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서 지 판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들은 지 판사가 과거 KBS ‘도전! 골든벨’에 출연한 이력을 언급하며, 그의 이전 판결에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의 판결에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 구속 취소 판결이 나오자, 이들은 “어떻게 사람 이름이 지귀연이냐” “사법고시 합격을 취소해 변호사도 못 하게 해야 한다” 등의 격한 반응을 내비쳤으며, 외모를 지적하는 등 도를 넘는 비판도 잇따랐다.
앞서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지 판사가 ‘화교 출신’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지지자들은 “이름에 귀자가 들어가면 화교일 확률이 높다”며 근거 없는 음모론을 확산했지만, 7일 구속 취소 결정이 나오자 “애국 판사” “차기 대법원장” 등으로 부르며 뒤바뀐 평가를 이어갔다.
온라인상에선 지 판사의 이름이 적힌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계정이 갈무리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지 판사의 이름과 사진이 표시된 유튜브 계정을 지목해 비난하고 나섰다.
친야 성향 누리꾼들은 지 판사의 이름과 사진이 표시된 유튜브 계정에 대해 “분 단위까지 따져가며 피의자 인권 걱정하는 분이길래 무척 바쁜 분인 줄 알았는데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고 계셨네” “이게 진짜면 진성 극우란 건데”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 부장판사는 전남 순천 승주 출신으로 서울 개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2년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한 그는 2005년 인천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수원지법 등을 거쳤다.
그는 수원지법에 있던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지역 시의원 2명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6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그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도 알려졌다.
지난 2023년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로 자리를 옮긴 지 부장판사는 굵직한 사건들을 여럿 맡았다.
그는 지난해 2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심에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9)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기도 했다.
지 부장판사는 현재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된 피고인들의 사건을 전담 중이다.
윤 대통령에 앞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대령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 모두 지 부장판사에게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