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치료를 받고 있던 네 살 소녀가, 이민 당국의 자진출국 명령으로 인해 멕시코로 돌아가야 할 위기에 처했다.
소녀가 앓고 있는 중증 질환은 멕시코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해, 가족은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절박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소피아’라는 가명으로 불리는 이 어린이는 겉보기엔 밝고 건강해 보이지만, 조산아로 태어나 ‘단장 증후군(Short Bowel Syndrome)’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
이 질환은 소장이 정상적인 소화 및 영양 흡수를 하지 못하게 해, 생존을 위해 하루 14시간 정맥 영양 공급에 의존해야 한다.
소피아 가족은 그녀의 치료를 위해 미국 정부로부터 인도주의적 사유에 따른 임시 체류 허가를 받아 2년 전 미국에 입국했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즈필드에 거주하며, 6주마다 LA 어린이병원으로 정기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소피아의 어머니인 데이시 바르가스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아이는 또래 아이들처럼 최대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이곳에서 받고 있는 의료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강화로 인해, 가족의 인도주의 체류 허가는 취소되었고, 국토안보부는 이들에게 자진 출국 명령을 내렸다. 체류 허가 취소와 함께 부모의 노동 허가도 철회되었다.
퍼블릭 카운슬 이민 권리 프로젝트의 지나 아마토 변호사는 “이 가족은 원래 7월까지 유효한 인도주의 체류 허가를 받았지만, 연방 정부는 지난 4월 이를 취소하는 통보를 했다”며 “부모의 워크 퍼밋도 함께 취소됐다”고 밝혔다.
현재 가족은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추방 명령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의료진 역시 소피아의 치료가 중단될 경우 생명이 위태롭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마토 변호사는 “LA 어린이병원 의사들은 이 아이의 치료가 하루라도 중단되면 며칠 내 사망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확정적인 일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가족은 법원이 개입해 소피아와 부모가 미국에 남아 생존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소피아의 어머니는 “처음에 미국에 올 수 있도록 허가해 준 데 대해 감사하지만, 우리 아이의 질환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가족을 돕기 위한 GoFundMe 모금 페이지도 개설되어 있다. 소피아의 어머니와 변호인단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