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히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해요. 오늘은 오늘 일해야 하니까요.”
지난 25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한 봉제공장을 찾았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이 이어진다는 소문 속에서도, 공장은 돌아가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재봉틀 소리와 다림질하는 김이 공장 안을 채우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낡은 밴 한 대가 천 조각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이 공장을 운영하는 한인 A씨는 “여기서 일하는 친구들 7명 중 4명이 신분이 없다”며 “그런데도 다들 평소처럼 나왔다”고 말했다.
“‘오늘은 쉬어도 돼’라고 해도 안 쉰다고 해요. 무섭지 않냐고 물으면, 다 무섭대요. 그래도 돈 벌어야죠. 안 나오면 오늘 하루 수입이 없잖아요.”
A씨는 이들과 함께 일한 시간이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민 단속이 벌어질 수도 있죠. 저도 인근 분위기를 살펴보다가 이상하면 바로 알려주려고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그는 “이 친구들,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아내들도 자바시장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살아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근로자 B씨는 “무섭죠, 매일 출근길마다 단속 얘기가 돌고, 가족들도 걱정하죠”라며 “그래도 우리 아이들 앞에서는 단속 얘기를 안 해요. 괜히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라고 말했다.
B씨는 다운타운에서 일하는 많은 서류미비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추방당할 수 있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에요. 다 알아요. 그런데 대부분은 5년 이상 여기서 일해온 분들이에요. 그만두면 생계가 막히고, 가족도 있잖아요. 어떤 사장님들은 쉬라고도 하고, 심지어 유급휴가도 제안했다는데… 그래도 나와서 일하는 게 마음이 편해요. 집에만 있으면 더 불안하니까.”
A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참 배짱이 대단한 친구들이에요. 이민단속 무서운 거 알면서도 그냥 나오는 거 보면요. 마음이 짠하죠. 누가 뭐래도 이 친구들은 이 나라에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한산해진 다운타운 거리, 공장 밖엔 노숙자들만이 눈에 띄었지만, 공장 안은 달랐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도 재봉틀은 돌아가고 있었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손놀림은 멈추지 않았다.
<박성철 기자>